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대운하'는 관광산업의 미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우리나라를 둘러싼 경제환경은 악화일로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기대가 크다. 왜냐하면 남의 탓만 하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는데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대통령의 거듭된 다짐과 여러 가지 타개책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각계각층의 바라는 바는 다르지만 새 정부가 무언가 해줄 것이고 해낼 것이라는 기대만큼은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의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대한 기대가 가장 크다. 이는 이 대통령의 핵심공약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 대한민국 역사 이래 최대 공사이고 대운하 공약이야말로 21세기 최고의 부가가치 산업인 관광산업과 연계될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대운하를 통한 내륙개발, 지역경제 발전, 일자리 창출,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 등 ‘경제 살리기’와 연결된 점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는 제대로 추진되면 후대에 남겨줄 기념비적인 사업이다. 더욱이 관광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관광산업 발전에 가장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다. 물론 대운하 건설은 객관적이고 충분한 타당성 조사와 국민적 합의를 거쳐 공감대를 폭 넓게 형성해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대운하 건설 반대 여론 등 여러 정치적 공방을 피하기 위해 정작 이번 총선에서는 숨고르기 시간을 갖는 인상이 짙어 씁쓸한 마음까지 든다. 현 상황에서 운하를 정당화하고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한 논거는 관광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관광 인프라가 너무 부족하다. 소득증대 및 주5일제 이후 여가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국민들이 국내 관광지를 찾지만 수용시설이 크게 부족하고 볼거리도 많지 않아 갈 데가 없다. 나는 가끔 관광객들과 청계천을 걸어본다. 과거 빈민촌의 상징이고 복개로 볼 수 없었던 청계천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태를 드러내면서 어깨를 부딪치는 수많은 시민들과 외국인들의 즐거운 모습을 보면 청계천은 서울의 최고의 관광자원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만 보더라도 1,300만명 이상이 해외여행을 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반해 찾아오는 관광객들은 고작 630만명에 불과하니 관광수지 적자는 심각하며 그로 인해 줄어든 일자리도 상당히 많은 실정이다. 그렇다고 개인에게 여가활동이 매우 중요하게 인식되는 세계화 시대에 해외여행 자제를 국민들에게 호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책은 외래 관광객을 유치하는 길뿐이다. 중국ㆍ일본 등 동북아 관광 시장만 감안하더라도 전망은 밝다. 그러나 수도권을 중심으로 해서는 땅이 부족하고 값도 워낙 비싸 누구도 호텔 등 관광객 유치를 위한 관광시설을 지으려고 하지 않는다. 운하는 한강과 낙동강 등에 다양한 관광시설과 오락시설이 들어서도록 도울 것이다. 특히 운하 옆에 아름다운 물길을 따라 걸을 수 있는 보도를 조성하고 군데군데 선착장을 만들어 물길 위에 선상카지노 여객선이 떠다닌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따라서 국토 전체가 관광 대상이며 관광 상품이 되어 지역경제 활성화의 대안으로 이어지게 된다. 대운하는 한국 관광산업의 미래 희망이다. 끊임없이 사람들이 찾게 하는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브랜드다. 우리의 가치와 정신과 철학과 문화를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국제 관광객은 지난해 기준 8억명에 달했으나 오는 2010년 이내에 10억명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세계 시장에서 우리가 차지하는 몫이 2%가량이므로 우리는 1,600만명 이상의 외국 관광객을 예상할 수 있다. 특히 가장 큰 폭의 증가가 예상되는 동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 속한 우리나라로서는 부산과 인천이 운하로 연결되고 한ㆍ중ㆍ일 관광객이 비자 없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다면 현재 외래관광객 630만명에 불과한 관광산업 규모는 대폭 확대돼 2,000~3,000만명 입국의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차 대전 후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 문턱까지 와 있는 유일한 국가다. 우리 국민은 일단 동기만 부여되면 국민적 에너지로 결집해 무서운 힘을 보여줬다.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이 그랬고 태안반도 원유유출 사고가 나자 온 국민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고 있는 것이 그렇다. 정부와 기업ㆍ국민이 한마음으로 뭉쳐 다시 한번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다면 대통령의 말처럼 대한민국은 분명 ‘기회가 넘치는 나라’가 될 것이라 믿는다. 누가 상상력을 가지고 꿈을 현실로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80%가 반대했던 청계천 복원도 현실화돼 국내외 관광객들이 붐비고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유람선을 타고 오가는 강의 모습을 상상해볼 일이다. 1,200년 전 장보고가 중국과 일본을 잇는 길목에 청해진을 세운 뒤 처음으로 내륙을 통해 바닷길을 연결하는 그런 이점을 누릴 기회가 왔다. 이제 세계사에 남을 만한 대역사로서 한반도 대운하가 만들어져 미래 관광산업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배를 엎을 수도 있다(水則載舟 水則覆舟)고 하지만 한반도 대운하의 물은 소프트산업의 대명사로 관광산업이라는 배를 높이 띄워 아름답게 흘러가게 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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