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지구촌은 지금 신한류 홀릭] <중> 진화하는 한국영화

연출서 마케팅까지… 할리우드도 반한 '코리아 영상미학'<br>국내 감독들 현지진출 잇따라 국내 흥행작 리메이크도 활발<br>세계 영화시장 5위 中 겨냥한 애니메이션·기술 수출도 눈길


홍상수 감독은 자신의 열번째 작품인 '하하하'를 지난 3월 프랑스 내 10개관에서 개봉했다. 홍 감독은 2003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시작으로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생활의 발견' 등 영화 10편을 모두 프랑스에서 개봉한 흔치 않은 기록을 갖고 있다. 홍 감독의 작품을 비롯해 2000년대 초반 '의도하지 않게' 한류의 주역으로 활약했던 영화는 이제 '철저한 의도 아래' 만들어지며 세계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 영화를 보는 연간 총 관람객은 1억5,000만여명. 한해에 국내 관객 한 명이 영화 세 편의 영화를 본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은 자국영화 점유율이 절반에 가까운 유일한 나라로 자부심을 가질 만하지만 몇 년째 관객수가 같은 수준을 맴돌고 있으니 한국시장만으로는 좁다. 김의석 영화진흥위원장은 "영화시장의 경우 내수에는 한계가 왔다"며 "수출을 통한 돌파구 모색이 영화계의 강력한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계 영화의 심장부 할리우드 뚫는다=완성작을 수출하거나 배우가 외국 영화에 출연하는 형태였던 한국 영화가 최근 들어 스토리ㆍ연출ㆍ제작ㆍ마케팅 등 분야를 막론하고 해외시장으로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특히 세계영화의 심장부인 할리우드를 파고드는 움직임은 한국 영화사에 기록될 만한 새로운 한걸음으로 평가 받을 만하다. 그동안 예술성이나 실험성을 중시하는 칸ㆍ베를린ㆍ베니스 등 유럽 진출에 집중돼 있던 한국 영화의 저변이 상업성을 중시하는 할리우드까지 확대되면서 신한류의 또 다른 원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칸 국제영화제에서 '올드보이'로 심사위원 대상, 베를린영화제에서 '파란만장'으로 단편 부문 금곰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은 영화 '스토커(Stoker)'로 할리우드에 진출한다. 아버지를 잃은 딸 앞에 갑자기 삼촌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스릴러 영화로 '킹스 스피치'로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콜린 퍼스와 니콜 키드먼이 주연한다. '악마를 보았다'의 김지운 감독도 법정에서 탈출한 마약조직 보스와 그를 쫓는 보안관이 맞서는 액션물 '라스트 스탠드'로 할리우드에 데뷔한다. '터미네이터'의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주연으로 캐스팅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화가 형민우씨는 원작자로 할리우드에 입성했다. 인간과 뱀파이어의 전쟁을 소재로 한 그의 대표작 '프리스트'는 국내에서 50만부, 전세계 33개국에서 100만부 이상 판매됐는데 한국 만화 최초로 할리우드에서 영화화돼 화제를 모았다. 또 국내에서 300만명의 관객을 모은 '헬로우 고스트'는 '나홀로 집에 1ㆍ2' '해리포터1' 등을 흥행시킨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이 리메이크해 할리우드에 내놓을 예정이다. 류형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정책센터 연구원은 "각 지역마다 선호하는 영화 장르가 따로 있지만 한국 영화의 경우 전체적으로 특유의 다양성ㆍ역동성ㆍ심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며 세계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ㆍ인력수출 겨냥한 중국시장=할리우드와 함께 최근 국내 영화계가 주목하는 또 다른 시장은 중국이다. 중국은 방대한 인구를 바탕으로 세계 영화시장 5위로 급성장했다. 우선 한국 영화의 중국시장 공략 가운데는 애니메이션이 눈길을 끈다. 동화작가 황선미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마당을 나온 암탉'은 중국 내 1,000개 상영관에서 개봉된다. 또 어린이 대통령으로 불리는 한국의 대표 캐릭터 '뽀롱뽀롱 뽀로로'의 극장판 '뽀로로와 신나는 아이스레이싱' 역시 중국 정부가 투자에 참여해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개봉할 계획이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외화쿼터제를 통해 외국 영화 상영을 워낙 엄격히 제한, 국내 영화계는 완성작 수출보다 기술과 인력 수출에 더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른바 공동제작 방식이다. 영화제작 기술이 아직 높지 않은 중국으로서는 한국 감독과 배우ㆍ기술 등에 큰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지난해 10월 국내에서도 개봉됐던 중국 영화 '대지진'의 경우 국내 CG업체가 제작에 참여해 공동제작에 성공한 케이스다. 김 영진위원장은 "중국과 우리가 자본ㆍ인력ㆍ공동제작 부문 등에서 협력하면 할리우드 시장까지 노려볼 만하다"면서 "중국과 스태프나 인프라를 교류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양우 중앙대 예술경영학과 교수는 "중국만을 놓고 볼 때 영화 한류는 관점이 바뀌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그동안 쌓아온 한국 영화산업의 기술력이 중국 영화에 녹아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예컨대 호주의 경우 호주 자체 영화는 적지만 할리우드 영화산업이 호주의 영화제작 기술로 뒷받침되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완성작 수출과 함께 서비스ㆍ기술ㆍ상영관 수출 등에까지 전략적으로 접근하면서 영화 한류는 계속 새로운 형태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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