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우그룹<롱위·파멕공장>(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유럽 컬러TV 시장 장악” 대야망/DOSA­내년부터 동유럽에 브라운관 공급/DEMSA­원가절감 박차 4년만에 “흑자예감”유럽의 금융도시국가 룩셈부르크에서 자동차로 유럽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30분 정도 달리면 도착하는 곳이 프랑스 로렌의 소도시 롱위시다. 여기서 다시 20여분 더가면 파멕시가 나온다. 거리곳곳의 화분은 과거 석탄운반에 사용되던 차량의 모습을 살짝 바꾼 것 들이다. 이 도시가 한때 철강과 석탄산업지대였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곳 롱위·파멕시에는 대우전자의 컬러TV공장과 TV의 핵심부품인 브라운관(CPT)공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미 유럽시장에서 최고의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는 롱위의 전자레인지 공장은 컬러브라운관 공장에서 차로 10여분 거리로 이 일대는 그야말로 「대우타운」이다. 이중 롱위 컬러브라운관 공장인 DOSA(DAEWOO Orion S.A)와 파멕 컬러TV공장 DEMSA(DAEWOO Electronics Manufacturing S.A)는 유럽연합(EU)의 블록화에 대응해 컬러TV의 핵심부품에서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현지에서 자체해결, 유럽시장을 장악하겠다는 대우의 「야심찬 의지」가 담겨있는 곳이다. ◇롱위 DOSA공장=4만평의 대지에 1만평 규모의 단층공장인 롱위DOSA는 6백여명의 현지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올들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 아직 덜 정비된 느낌이지만 파멕 완제품 공장에 브라운관을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유럽시장 공략의 불길을 당겼다. 내년에는 폴란드등 동유럽 현지 컬러TV 공장에도 브라운관을 공급한다는 전략. 이 공장은 대우전자와 오리온전기가 1억3천7백만달러를 절반씩 투자했다. 연말까지 14인치, 20인치, 21인치급 1백20만대를 생산할 예정인데 이미 이 물량은 공급계약이 끝난 상태다. 『연말까지 생산물량의 30%는 DEMSA 공장에, 20%는 프랑스, 40%는 이탈리아, 10%는 터키 현지업체에 공급키로 했다. 브라운관은 연간계약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올해는 이 계약에 따라 공급하고 내년부터 DEMSA와 폴란드 현지공장에 70% 이상을 공급할 계획이다』는게 박찬웅 DOSA대표(상무)의 말이다. 박대표는 이를위해 본사에서 기술교육자들을 데려다 라인마다 현지사원에 대한 맨투맨식 기술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한다. 현지공장을 방문한 지난 9월 박대표를 비롯한 현지채용 매니저들은 여름휴가 후 높아진 결근율을 줄이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있었다. 여름휴가로 3∼4주(연간 법정휴가 5주)를 쉰 직원들의 결근율이 휴가전 1일 5% 수준에서 10%까지 높아진 것. 개근수당도 주고 결근한 직원의 집을 직접 방문하는게 주요한 업무다. 결근율은 프랑스 현지공장들이 겪는 가장 어려운 문제다. 그래서 DOSA는 한국주재원들은 공장내 문제가 발생해도 가능한 먼저 나서지 않는다. 우선 현지매니저들에게 해결토록 한다. 서로 다른 사고방식에서 발생하는 문화적 충돌을 해결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같은 노력은 직원들에게 이곳 근무에 대한 긍지를 갖게 했고 이는 DOSA의 정상화속도를 앞당기는 계기가 되고 있다. 『처음에는 일반생산직으로 입사했지만 엔지니어링 자격증이 있는 것을 고려해 품질관리 책임자를 맡겨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평소 하고싶었던 일로 대우의 이같은 결정이 결코 실수였다고 판단되지 않도록 노력하고있다.』 삐에르 비조 품질관리매니저는 대우에 입사한 것을 이렇게 말한다. 현채인들의 만족감은 1∼2년 안에 매출 1억달러를 달성하겠다는 DOSA의 초기목표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님을 느끼게 한다. ◇파멕DEMSA공장=파멕컬러TV공장(DEMSA) 바로 옆에 있는 프랑스의 대형슈퍼마켓 체인인 르클랙상점이 대대적으로 확장공사를 벌이고 있다. 1천여평 규모인 기존 상점을 2배이상으로 확장하는 공사다. DEMSA 직원들의 이용이 늘어나면서 매출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공장에 들어서지 않아도 이 공장의 현황을 잘 설명해준다. 이 공장은 현재 생산라인 전부문에 대한 리스트럭처링작업이 한창이다. 사출공장을 새로 짓고 인쇄회로기판(PCB) 생산라인은 폴란드로 이전시켰다. 사출공장은 부품공급 확대방안으로, 노동집약형인 PCB생산라인은 인건비 절감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유럽경기가 침체된데다 각국업체들이 역내 생산체제를 늘리면서 전자제품 대부분의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원가를 최대한 절감하는 방안뿐이다.』 민학기 DEMSA대표(이사)가 리스트럭처링의 이유를 설명하는 말이다. 튜너(수신상태를 맞추는 장치)는 영국 현지공장에서 공급받고 원가를 낮추고 있다. 이같은 원가절감으로 지난해부터 손익분기점을 넘기 시작, 올해에는 어느정도의 흑자를 낼 수 있다는 것이 민대표의 말이다. 지난 93년 공장가동에 들어간지 4년만에 흑자기반을 마련하는 셈이다. 또 경쟁업체들은 올 목표를 줄이는 가운데서도 DEMSA는 연말까지 지난해보다 30%이상 늘어난 80만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대우는 2000년까지 모두 7억달러를 투자, 프랑스·영국·폴란드를 각축으로 한 대규모 유럽가전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같은 야망의 중심축이 바로 프랑스며 로렌의 작은 도시에 위치한 대우의 전자공장들은 그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파멕(프랑스)=이용택> □인터뷰 ◎박찬웅 DOSA대표/“2000년엔 유럽시장 20% 점유/내년부터 증설 99년 700만대 생산” 박찬웅 DOSA대표(상무)는 올해초 영입된 「대우초년생」. 그러나 그는 이곳 직원들에겐 전문가로 통한다. 완벽할 정도로 불어를 구사하는데다 한국기계연구소, 과학기술연구소 등에서 근무한 정통엔지니어다. 박대표의 말에는 공장의 조기정상화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배어있다. ­가동초기인데 계획대로 공장이 운영되고 있는가. ▲4조3교대로 1일 24시간 가동하고 있다. 다른 공장은 주 5일 근무지만 이 곳은 6일 근무를 하고 있다. 생산량을 늘려 조기정상화하는게 급선무기 때문이다. 법정근무시간(주 39시간)을 지켜야 하지만 노사협의를 통해 연장근무가 가능하다. ­생산성에서 문제점은 없는지. ▲아직 생산성이 한국보다 밑돌고 있지만 한국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 곳은 한때 철강산업단지로 근로정신이 다른 어느 지역보다 강하다. 이를 잘 활용하면 이 곳의 이점을 충분히 살릴 수 있다고 본다. ­공장규모를 계속 늘려가겠다는 전략인데. ▲컬러브라운관 공장은 최소 연간 2백만대 이상은 생산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내년부터 대대적인 증설에 착수해 연간 4백70만대 체제를 갖추고 오는 99년 말까지 7백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유럽연합(EU) 출범과 함께 한국에서의 수출이 어려워진 만큼 이 곳에서 수출물량을 모두 소화한다는 것이 기본 전략이다. 파멕 컬러TV공장은 물론 폴란드에도 브라운관을 공급, 현지공장의 완전 수직계열화를 이룰 것이다. 오는 2000년까지 유럽시장의 20%를 점유한다는게 우리의 계획이다. ­현지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전략은. ▲조기정상화를 위해 개근을 한다는 조건아래 업무를 평가, 월 3만원씩의 포상금을 제공하고 있다. 평가는 현지매니저들에게 맡기고 있다. 공장이 정착돼 갈수록 각 부문의 결정권을 현지인에게 이양할 계획이다. ◎미셀 리브고트 파멕 시장/“대우 진출로 전자도시 탈바꿈/동양기업으로 최초… 투자 확대를” 『대우가 파멕시에 진출하면서 우리는 새로운 시로 재탄생했다.』 미셀 리브고트 파멕 시장의 말이다. 철강·석탄산업이 쇠퇴하면서 지역경기도 침체됐는데 대우가 전혀 새로운 사업인 전자업종으로 투자, 새로운 시로 거듭나게 됐다는 것이다. 리브고트 시장의 이 말은 입에 발린 얘기는 아닌 듯 싶었다. 기자가 대우의 프랑스투자와 파멕시의 컬러TV 공장에 대한 현지반응을 취재하기 위해 잠시 만나고 싶다는 말을 전한지 1시간도 안돼 직접 공장으로 달려와 인터뷰에 응했다. 이 공장에 대한 그의 열의와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보여주었다. 리브고트 시장은 『그동안 독일 등 서유럽 다른 국가와는 교역이 있었지만 동양의 국가와는 대우가 처음』이라며 『동양기업이 이곳에 진출한 것은 이곳에선 혁명적인 사건이다』고 말한다. 그는 『이젠 이 지역에서 대우를 모르는 사람이 없으며 대우의 투자가 더욱 확대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이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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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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