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가 당초 계획을 번복하면서 의정부역사에 백화점을 입점시키기로 한 것은 모태인 백화점 부문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와 함께 경기 북부 지역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세계는 그동안 할인점인 이마트에 전력을 쏟아부어 2위 업체가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만큼 이제는 백화점 사업에 눈을 돌려 예전의 경쟁력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명품관으로 재개점하는 충무로 본점 본관을 비롯해 분당ㆍ용인 지역 등 수도권 남부상권을 겨냥해 2007년 오픈하는 죽전점, 2008년 개점하는 초대형 백화점인 부산 센텀시티점을 통해 제 2의 전성기를 회복하고, 내친김에 속도를 더해 의정부점까지 열어 최근 개발지역으로 떠오르는 경기 북부 상권은 물론 서울 동북 상권까지 아우르겠다는 속셈이다. 이럴 경우 현재 7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신세계는 2010년까지 9개의 대형 백화점을 거느리며 매출 4조원대까지 넘볼 수 있어 백화점 2위인 현대백화점과의 간격을 상당 부분 좁힐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정부점은 본점, 죽전점, 센텀시티점과 마찬가지로 1만평을 훌쩍 넘어서는 메머드급 백화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널 정도로 신중한 신세계가 기존의 입장을 뒤집으면서까지 의정부에 백화점을 짓기로 한 것은 시장 여건이 사업 초기와는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한국철도공사와 손잡고 신세계의정부역사㈜를 설립해 5년간 민자역사 신축사업을 추진해오는 동안 낙후지역이었던 의정부를 비롯한 남양주, 구리 등 경기 북부권 일대는 아파트 입주, 도로 확충 등을 통해 개발지역으로 탈바꿈했다. 또한 도봉, 노원 등 다소 소외지역이었던 서울 동북 지역도 신흥 상권으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점도 백화점 입점 결정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은 900억원을 들여 노원점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할 정도로 동북 상권을 핵심상권으로 분류해 놓은 상태다. 이 때문에 의정부점이 들어설 경우 경기북부와 서울 동북 지역 패권을 놓고 롯데와 신세계간의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의정부점 건립이 예정대로 순조롭게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교통난과 재래시장 보호 차원에서 주변 상인들의 반대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의정부시에서 민자역사 건축사업 허가를 번번이 반려하며 시간을 늦춰왔던 것도 상인들의 반발을 고려한 조치였다. 물론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을 얻어 시로부터 최종 신축허가를 따냈지만 아직도 상인들은 공동의 발전을 위한 신세계의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홍준석기자 jsho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