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공적연금(GPIF)의 해외주식 투자 비중 확대 결정과 맞물려 국내 증시를 향한 일본계 자금의 '러브콜'이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GPIF가 자산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국내 증시에 추가로 최대 5조원에 가까운 일본계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하며 일본발(發) 유동성의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전기전자·자동차·화학 등 대형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일본계 자금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3,308억원을 순매수하며 7개월 연속 순유입을 기록했다. '사자' 행보로 돌아선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간 일본계 자금의 순매수 규모는 3조3,200억원에 달했다.
국내 증시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주체는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으로 풀이된다. 제로 금리 여파로 국외 금리 차가 확대된 가운데 일본식 양적완화로 엔화마저 약세를 보이자 일본 투자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해외로 돈을 쏟아붓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계 자금의 국내 증시 러브콜은 앞으로 6개월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GPIF가 실탄을 추가로 살포할 계획인 가운데 추가 양적완화에 따른 엔저 가속화로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해외 투자 역시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GPIF는 지난달 31일 투자 포트폴리오를 개편해 일본채권에 대한 투자비중을 현재 60%에서 35%까지 확 낮추는 대신 일본주식과 외국주식 편입 비중을 기존 12%에서 2배가 넘는 25%로 늘리기로 했다. 이날 일본중앙은행(BOJ) 역시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1년간 국채 매입규모를 현재의 60조~70조엔에서 80조엔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번 발표를 통해 해외주식투자 확대와 벤치마크 변경이 확정된 만큼 내년 4월까지 GPIF의 국내 주식 순매수 규모는 월평균 6,000억원으로 총 3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만약 해외주식투자 비중을 기준선인 25%까지 확대한다고 가정하면 여기에 1조8,000억원이 추가로 유입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역시 "제로 금리에 엔화 약세마저 빠르게 진행되면서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며 "일본계 자금의 순매수 행보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코스피 수급의 핵으로 부상한 일본계 자금의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업종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일본계 자금이 대개 패시브 투자를 단행하는 만큼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전기전자·자동차·화학 등 대형주가 수급 측면에서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일본계 자금이 어떤 업종을 투자 바구니에 담을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일본계 자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GPIF의 투자 패턴에서 간접적으로나마 유동성 수혜주를 유추해볼 수는 있다"며 "GPIF는 상장지수펀드(ETF)·인덱스펀드 등을 추종하는 방식의 패시브 투자를 고수하는 만큼 해당 벤치마크 지수 내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대형주들이 수급 측면에서 이득을 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신증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GPIF의 해외주식투자 금액은 20조3,000억엔으로 이 가운데 90%인 18조2,000억엔은 패시브형 투자다.
더불어 일본계 자금의 유동성에 힘입어 대형주들의 주가 하단이 견고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GPIF가 긴 호흡을 갖고 국내 증시 투자 비중을 확대할 계획인 만큼 GPIF가 사는 종목이 단번에 확 뛰는 현상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주가가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일정하게 주식을 매수하며 수급의 버팀목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대형주들의 하단이 견고하게 뒷받침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