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안이한 현실인식이 시장반란 불렀다

전국의 중개업소들이 집단으로 문을 닫는 사상초유의 일이 빚어지고 있는 것은 어떤 문제를 보는 정부의 상황판단과 접근방법이 얼마나 잘못돼 있는가를 단적으로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다. 건설교통부 주택국장은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인구당 부동산 중개업소가 10배나 많아 부동산정책을 펴기 힘들다”며 부동산정책이 실패한 원인을 중개업자들에게 돌렸다. 최근 집값이 급등한 것은 중개업소들의 ‘작전’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반시장적인 정책 때문이다. 1분기 성장둔화원인을 복권판매부진과 담배 때문으로 돌리더니 이제 부동산정책실패의 원인을 중개업소에까지 돌리느냐는 비난이 나올 법하다.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게 되고 대응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법이다. 보험사에도 은행업을 허용하는 어슈어뱅크정책은 말을 꺼낸 지 이레 만에 아예 없던 일로 백지화되고, 자영업자대책이란 것도 더 많은 분란만 일으키고 차라리 없느니 만 못한 정책이 되고 말았던 것은 다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빚어진 일이다. 무엇이 잘못됐으면 원칙을 세워 해결하고 반대의견도 귀담아 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사태가 자꾸 꼬여가는 것이 문제다. 우선 국무위원들의 현실인식에 문제가 많다. 참여정부 들어 각종 개발정책으로 전국적으로 땅값이 크게 뛰고 있는데도 국무총리는 일부 지역의 땅값만이 올랐을 뿐이라고 강변한다. 경제부총리는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5% 성장을 자신하더니 이제는 4% 언저리면 안정적인 성장이라고 말을 바꾼다. 정부 관리들이 이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과 발언을 계속하면 정책에 대한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책을 세우기 전에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하고 정책이 현실에 맞지 않으면 신속히 수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부동산정책을 비롯해 각종 정책의 약발이 잘 듣지 않은 원인이 무엇인지 부터 찾아내는 노력이 요구된다. 잘못이 있으면 솔직히 인정하고 반대의견에도 귀를 기울여 취할 것이 있으면 취하는 열린 마음을 갖는 게 경제를 살리는 지름길임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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