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7월 28일] 미래 기술개발 평가의 함정

최근 서남표 KAIST 총장의 연임을 둘러싸고 크게 논쟁이 됐던 것 가운데 하나가 서 총장이 추진하고 있는 온라인 전기자동차와 모바일 하버 프로젝트에 대한 연구평가 결과이다. 평가기관은 이 프로젝트들이 실패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반면 KAIST 측은 기술성은 입증이 됐지만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실패라고 판정을 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고 하며 반박을 했다고 한다. 이러한 판단의 차이는 현재에 실용화돼 있지 않은 미래 기술을 평가하는 방법론에서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평가에 사용한 방법론은 할인률에 근거한 가치평가나 입력과 산출을 비교한 기존의 경제성 평가 방법론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기존 평가 방법론으론 한계 미래 기술의 가장 큰 특징은 경제적 측면에서의 불확실성이다. 두 과제 모두 불확실한 미래 기술을 개발하는 과제로 제한적인 기존의 평가 방법을 이용할 경우 방법론의 특성상 낮은 평가를 받을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그러면 어떠한 평가 방법론이 사용돼야 하는가. 역사적으로 기술개발 패러다임 변화를 살펴보면 그 방향을 제시해준다. 경영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경로의 의존성이라는 이론을 이용해 설명한다. 이는 에너지ㆍ수송ㆍ동력ㆍ통신 등 사회 여러 시스템들의 앙상블로 사회 시스템이 고착화되고 이렇게 고착화된 사회 시스템에서는 새로 개발되는 미래 기술들이 비경제적이고 비효율적인 기술들로 평가 받는다는 이론이다. 지난 1930년 대공황 이전은 석탄에너지, 스팀엔진, 기차 수송 시스템과 텔레그래프 같은 여러 시스템의 앙상블로 이뤄진 사회였다. 이 당시 자동차가 개발됐으나 너무 비싸고 속도도 느리며 효율도 낮아서 매우 한정된 소비자만이 자동차를 사용하던 시대였다. 자동차 기술은 사회 시스템의 앙상블과 양립하지 못해 전환 비용이 큰 관계로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다가 과거의 정치적ㆍ물리적ㆍ사회적 인프라가 1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에 의해 무너지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후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다. 그 이후 경제 대공황을 겪으면서 기존의 사회 인프라가 무너지고 석유ㆍ가스에너지ㆍ내연기관ㆍ자동차ㆍ전화 및 라디오 등 여러 시스템들이 앙상블을 이루는 새로운 사회 시스템으로 고착화됐다. 이러한 사회 인프라의 변화를 주도한 것이 포드 자동차의 T모델의 개발이다. 포드자동차는 대량 생산으로 자동차의 가격을 낮췄고 이는 판매를 늘려 수입을 증가시켜 이를 다시 연구개발(R&D)에 투자해 자동차의 효율을 향상시키고 가격을 떨어뜨리는 비즈니스 모델을 이용한 선순환을 이뤄 시장 진입에 성공한 것이다. 자동차의 보급이 다른 시스템의 변화를 주도한 것이다. 자동차가 처음 개발됐을 때 단순히 비싸고 효율이 낮다는 이유로 개발을 중지했다면 현재의 자동차 산업이 유지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현재 세계 각국은 여러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또 다른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와 전기 자동차 기술개발이 진행되고 있고 급격한 통신기술 개발이 기술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비즈 반영한 새 모델 발굴을 신재생에너지가 석유와 가스에너지로 고착화된 현재의 사회 시스템에서는 비효율적이고 비경제적이지만 새로운 사회 시스템에서는 석유처럼 주요 에너지원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서 총장의 연구과제들도 이러한 관점에서 평가돼야 평가의 결과에 대한 합의를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4%를 미래, 즉 10년, 20년 후 국가의 성장동력을 키울 수 있는 분야의 기술개발을 위해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대형 국책 연구 과제를 제한적인 기존의 평가 방법론만으로 평가한다면 계속해서 이번과 같은 논쟁이 계속될 수 있다. 이제는 비즈니스 모델까지 반영한 혁신적인 새로운 평가 모델을 개발해 사용돼야 미래 기술개발의 평가 함정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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