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산업계 「IMF 파장」 부문별 점검/IMF 구제금융 시대

◎세금 인상… 시장 개방… 내수 침체… “가시밭 경영”/자동차­형식승인제 사실상 폐지… 일 등 공략 강화 예상/가정·유류­관련세 상승 수요 감소… 판매대책 수정 불가피/회계제도­외국 불신 씻기 「내부」서 「외부 의뢰」 증가 전망/경영방어­국내 기업 사냥 불보듯… 전략적 제휴 등 늘듯/부실기업­정부 보조금 지원 차단따라 「기아 해결」 난관IMF로 부터 지원금을 받는 대신 국내 업계가 치뤄야할 대가는 혹독하다. 저성장으로 소득이 늘어날 수 없는 상황에서 각종 세금인상으로 가격이 올라 판매부진은 심화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적대적 인수합병, 부채비율 축소 및 회계기준 변경 등 경영의 투명성은 재벌그룹들에게 무한경쟁과 세기말의 시련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산업계 전반에 폭풍처럼 불어닥치고 있는 IMF의 파장을 부문별로 종합 점검해 본다.<편집자주> ◇세금인상·내수침체=『말라 죽으라는 얘기다.』 침체국면의 내수시장이 특소세, 교통세 등 각종 세금인상 인상으로 판매부진이 심화될 수 밖에 없는데 대한 국내업체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거의 모든 산업이 직간접적인 「상처」를 입게 되지만 특히 자동차, 가전, 정유업계는 「IMF 폭풍」의 중심부에 위치,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게 됐다. ▲자동차=IMF파장에서 가장 큰 상처를 입을 수 밖에 없다. 『치명적이다』는게 업계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경기침체에다 특소세·유가인상(교통세 인상)으로 국내판매의 위축은 불을 보듯 뻔하다. 더구나 수입선다변화제가 내년에 해제되면서 당장 일본산 자동차가 몰려오게 되고, 수입차 형식승인제 개선(사실상 페지)로 미국·EU의 차량이 쉽게 진출할 수 있게 된다. 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부실기업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 지원중단조치로 당장 기아자동차에 대한 정부의 처리방침(산업은행 출자후 공기업화)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여기서 비롯될 자동차산업의 불안은 내수위축은 물론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져 수출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가전업계=가전업계는 에어컨을 비롯한 가전제품에 대한 특소세가 인상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초비상 상태에 돌입했다. 그동안 가전제품에 대한 특소세 폐지를 적극 주장해 온 가전업계는 도리어 올린다는 방침에 대해 『국내 가전업계를 고사시키려는 것』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인상대상으로 지목한 에어컨은 최근 시장규모가 컬러TV, 냉장고를 앞지르는 주력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특소세인상으로 가격이 오른다면 가뜩이나 부진한 내수시장이 더욱 위축될 것은 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에어컨의 특소세는 20%인데 여기에 교육세, 부가세 등이 부가되면 인상요인을 자체흡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가격을 내려도 판매가 부진한 상황에서 값을 올리면 판매부진으로 산업전체가 위기에 빠져들 수 있다. ▲정유업계=유류에 대한 교통세와 특소세를 대폭 인상한다는게 정부의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휘발유와 등·경유 등 석유류의 소비위축과 함께 업계의 타격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현재 교통세는 휘발유의 경우 공장도가격의 2배에 가까운 ℓ4백14원에 달하고 경유는 48원, 등유는 25원씩 정액으로 부과되고 있다. 이에따라 교통세 및 특소세 인상은 곧바로 최종소비자가격으로 직결된다. 예를 들어 교통세가 휘발유 1ℓ당 1백원 오를 경우 교육세(교통세의 15%)와 부가가치세(최종공장도가격의 10%) 가 따라붙어 실제 소비자가격은 1백30원 이상으로 오르게 된다. 이렇게 볼때 현재 리터당 9백23원인 휘발유값은 내년부터 1천원을 훨씬 넘어서 판매부진에 빠질게 뻔하다는 것이다. 정유업계는 수요감소가 불가피하다며 경영계획을 다시 짜고 있다. ◇차입경영 규제=재경원은 차입금이 자기자본의 5배를 초과하는 경우, 그 차입금에 상당하는 지급이자를 손비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계열사간 채무보증한도를 자기자본의 0%까지 줄이는 시한(당초 2000년)을 앞당기고, 과다차입기업에 대한 신용보증한도를 제한한다는 입장이다. 기업들은 차입금에 대한 지급이자 손비처리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단기적으로 기업의 세부담이 커져 실효금융비용을 가중시키고, 내부유보에 의한 재무구조 개선을 더욱 어렵게 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차입금이 많은 기업의 손비불인정은 5년간 유보하고, 규제기준도 업종별 산업별 특성을 고려, 신축성있게 추진해야 할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회계기준 제도개선=외국금융기관들이 경영투명성과 관련하여 가장 강조하는 분야다. 사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내부감사로 대체하고 있다. 자체감사는 외국금융기관의 불신을 초래, 해외자금차입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IMF시대 경영투명성을 높이고, 대외신뢰도 회복을 통한 해외자금조달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외부감사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할 것으로 재계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결합재무제표 작성 의무화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경련관계자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연결재무제표를 회계정보의 유용성, 작성의 용이성 등을 기준으로 필요부분만 보완, 시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경영권 방어와 지주회사 설립=재계가 긴장하는 대목이다. 이는 IMF와 정부간 양해각서에 따라 외국기업들의 주식취득한도가 올해 종목당 50%, 98년 55%로 늘어나기 때문. 이제 외국기업들이 쓸만한 먹이감(우리기업)을 얼마든지 사냥할 수 있게 됐다. 외국기업들이 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모기업을 매수합병(M&A)할 경우 그룹전체가 통째로 외국인 손에 넘어갈 수 있다. 이에따라 주요그룹들은 경영권방어를 위해 대주주의 지분을 늘리고, 금융기관 및 다른 그룹과의 주식상호공유 등 전략적 제휴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번 양해각서에서 외국인에 대한 주식취득 한도확대는 형평성문제를 야기한다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국내기업의 손발은 묶어놓은 채 외국인에게 문을 열어 오히려 역차별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 예를들어 현쟁 공정거래법상 우리기업들은 타법인에 대한 출자한도는 25%로 묶여 있는데다, 은행소유 지분한도도 4%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역차별의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해 출자한도를 외국인수준으로 대폭 상향조정하고, 주요산업에 대한 진입장벽을 과감히 허물어 대등한 관계에서 외국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주회사 설립방안이 급부상하고 있다. 지주회사란 다른 회사의 주식소유를 통해 그 회사를 지배하는 것을 주된 사업내용으로 하는 회사로 우리나라는 지난 86년 공정거래법 개정에 의해 설립이 금지되고 있다. 손병두 전경련부회장은 『정부가 대기업의 선단식 경영을 지양하기 위해 기조실을 해체하라고 하지만 이는 본말이 전도됐다』며 『일본을 제외하고 모든 국가들이 허용하는 지주회사의 설립을 허용한 후 기조실개선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형식승인제의 투명성제고=자동차 형식승인제의 대폭완화나 폐지를 뜻하며, 시장개방의 다른 표현이다. 미국은 우리가 안전성평가를 위해 도입중인 형식승인제(사전검사제)를 자신들이 시행하고 있는 제작결함 시정제도(자가인증의 사후승인제)로 전환해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미국식은 제작업체가 자율적으로 안전기준에 적합한 자동차를 생산하되 운행중 제작결함이 발생되면 이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는 「사후안전성 확보제도」(리콜)다. 미국(IMF)이 이번에 형식승인제를 걸로 넘어진 것은 시장개방과 함께 오는 2000년대 초로 추진하겠다고 밝혀온 리콜제도의 시행시기를 앞당기겠다는 속셈이다. 리콜은 약간의 결함이라도 같은 차종을 전부 수리해야 한다. 미국의 빅3등 외국업체들은 이 제도에 잘 적응하고 있다. ◇부실기업 보조금지원 금지=부실기업에 대한 정부보조금 지원을 못하도록 못박음에 따라 정부의 운신폭이 크게 좁아졌다. 정부가 과거처럼 부실기업 처리문제에 직접적으로 개입, 교통정리를 할 수 있는 권한은 사실상 사라진 셈. 여기서 가장 큰 파장이 우려되는 것은 기아자동차다. 기아는 정부가 산업은행 출자전환을 통한 사실상의 공기업화를 추진중이어서 IMF측과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IMF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기아에 대한 출자를 정부보조금으로 간주해 문제삼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따라 일각에서는 공기업화 방침의 수정이 불가피해 지면서 기아인수전이 전개되면서 외국자본의 참여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박원배·민병호·이의춘·이용택·고진갑·한상복 기자> ◎재계대책 알아보면/재무구조 개선·기조실 축소 등/과감한 인력·조직 구조조정/내년 신규투자는 거의 동결/임원도 기술·영업 출신 탈피/재무·금융통 발탁에 중점 국제통화기금(IMF)이 구제금융을 건네 주면서 대기업집단의 해체등 우리경제가 감내하기 힘든 고통을 요구함에 따라 현대·삼성·LG·대우 등 주요그룹들이 재무구조개선, 기조실축소, 상호지급보증 해소 등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재계는 한국경제의 기반을 지탱해 온 근간을 뒤흔드는 IMF의 요구를 수용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갑작스런 구조조정은 한국경제를 뿌리째 흔들수 있다며 정부의 효율적인 정책을 촉구하고 있다. ○현금 확보에 총력 ○…IMF 태풍으로 기업들이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대목은 「돈」이다. 9개 종금사의 업무정지에 이어 정부의 공식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한두개 부실은행을 통폐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금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그룹 관계자는 『종금사의 업무정지후 거래 종금사가 업무를 중단하는 바람에 자금이 정상적으로 결제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삼성·현대·LG·대우 등 한국의 대표적인 간판기업들도 일단 현금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더구나 시중의 자금난으로 회사채금리가 연 18%를 넘고 있지만 인수기관이 없어 발행자체가 얼어붙은데다 기업어음(CP)은 발행자체를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무구조개선에도 총력전을 펴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기업=분식결산기업=부실기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종전처럼 기업의 자체신용만으로는 해외자금을 조달하기가 매우 힘겨워지고 있기 때문. 또 차입경영이 오늘의 국난을 초래했다는 지적과 자성으로 무수익사업이나 중복사업은 과감히 정리해 현금흐름을 원활히 하고 부채비율을 낮추는데 경영의 역량을 집중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대우를 비롯한 거의 모든 기업들은 IMF가 구제금융 지원후 기업재무구조의 투명성제고를 위해 정부가 기업회계기준을 변경할 것으로 판단, 재무보증한도·출자한도규정을 조속히 이행한다는 방안을 마련중이다. 특히 상환기한이 1년미만인 단기차입금을 가능한 장기차입금으로 전환하고 현재 3백16%의 부채비율을 2년내 2백%대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내년도 신규투자는 거의 동결상태다. 당장 필요하지 않거나 급하지 않은 투자는 무기한 유보하고 꼭 필요한 대목도 축소하기 시작했다. 삼성을 비롯한 4대그룹은 말할 것도 없고 선경·한화그룹 등 중위권그룹들도 내년도 투자를 감축하기로 했으며 내년도 투자를 올해수준으로 묶기로 했던 LG화학은 투자규모 축소를 위해 밤샘작업을 벌이고 있다. 뒤늦게 반도체사업에 진출을 선언했던 동부도 자금확보에 비상이 걸려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 사업을 모두 거느리고 있는 삼성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나라 자동차·전자시장개방에 대해 불만이 높았던 미국, 일본 등이 어떤 형태로든 우리산업에 대해 견제를 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현재 구제금융에 목을 매달고 있는 우리나라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어서 타개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방안이 없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결단·과감성 중시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내년도 사장단 및 임원인사에서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그동안 각광을 받았던 기술·영업출신들이 퇴조하고 재무·금융통이 기업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것. 특히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해야할 내년에는 사업부와 인력·조직에 대해 과감하게 메스를 댈 수 있는 결단력과 과감성을 갖춘 인물이 발탁된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코오롱, 한화, 동양, 신원 등의 인사에서 이같은 추세가 잘 드러나고 있다.<김희중·민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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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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