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미국의 눈물을 기억하라


미국이 골디락스 경제를 구가할 것이라는 낙관론과 기대심리가 팽배했던 지난 2000년대 초반과 중반. 미국 국민은 장밋빛 전망에 취해 돈을 버는 대로 흥청망청 소비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002~2004년 동안 연방기금 금리를 2.0% 아래로 낮췄고 국민은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리는 등 '묻지마 대출'에 나섰다. 무주택자는 은행대출을 받아 고급 저택을 구입했고 1가구 주택자는 은행대출을 이용해 주택 수를 2~3개로 늘렸다. 명품거리로 유명한 뉴욕 맨해튼 5번가는 고급 핸드백과 보석을 사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엉클 샘(Uncle Sam)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는 나르시시즘에 빠져 미국 국민은 소비의 쾌락을 향유했다. 2005년 미국의 가계저축률은 1.4%에 불과했다. 소비가 과하다 보니 은행 잔액은 텅텅 빌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소비가 만들어낸 모래성'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야반도주하는 집주인들이 속출했고 빚더미에 은행거래가 끊긴 신용 불량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렸다.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사태는 뉴욕 월가의 금융회사와 기관투자자뿐 아니라 개인들의 생활마저 무참히 짓밟고 말았다. '소비 파티'의 처절함을 경험한 미국인들은 이후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고 있다. 저축률은 2008년 4.1%, 2010년 5.7%로 높아졌고 지금은 6.0%까지 끌어올렸다. 한국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를 겪었던 1998년의 경우 한국의 저축률은 21.6%에 달했다. 높은 저축률은 한국이 IMF 위기를 1년 만에 탈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저축률은 2.8%에 불과하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다섯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저금리를 이용해 은행대출을 늘리고 명품과 고급제품을 마구 사들인 탓이다. '남들이 돈을 쓰니까 나도 쓴다'는 왜곡된 동류의식이 잘못된 소비행태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화무십일홍(化無十日紅)이고 달도 차면 기운다. 미국 국민의 절규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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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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