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성향은 우리보다 선진국의 소비자들일수록 더 강하며 외환위기를 겪은 탓에 거의 국가부도에 처할 뻔했던 나라로 각인돼 있다. 얼마 전 국내 화장품회사의 광고를 찍기 위해 내한했던 미국의 한 유명 여배우는 자기 나라에 돌아가 TV 토크쇼에 출연, 이렇게 자랑했다. 『동양의 잘 알지 못하는 어떤 조그마한 나라에 가서 광고를 찍고 왔다』고. 그 화장품회사와 우리 국민이 발끈했던 것은 물론이다.외국인들의 이런 시각을 접할 때마다 참으로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국가홍보를 위해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하는 반성에서다. 최근에 국가홍보 차원에서 대통령을 포함한 유명인사들이 대거 출연해 만들었다는 「웰컴 투 코리아」라는 홍보광고도 그렇다. 미주나 유럽인들은 「웰컴 투 코리아」에 대해 한결같이 『아는 바 없다』고 말한다. 무엇 때문에 만들었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우리끼리 보고 가슴 뿌듯해 하자고 만든 홍보물은 아닐 것이다. 선진국의 소비자들이 본 적이 없다면 그 홍보물은 도대체 어디서 잠자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우리가 만든 제품을 세계시장에서 잘 팔려면 제품과 그 제품을 만든 기업에 대한 광고도 중요하지만 그 제품의 원산지가 되는 국가에 대한 홍보도 매우 중요하다. 국가에 대한 신뢰와 좋은 이미지가 있을 때 그 국가에 속한 기업에 서 만들어내는 제품에 호감을 갖는 것이다. 일본이나 미국 또는 독일 제품들이 세계시장에서 품질수준에 비해 높은 가격 프리미엄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랫동안 쌓아온 국가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그 나라에서 만들어진 제품에 프리미엄 가격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우리 제품들은 일본이나 독일제품에 비해 그다지 손색이 없음에도 불구, 그들이 내놓는 비슷한 제품에 비해 많아야 80% 정도의 가격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코리아라는 국가에 대한 신뢰나 이미지가 그만큼 낮게 평가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에서는 국가홍보에 대한 관심이 그리 높지 않다. 이는 홍보에 대한 예산이 형편없이 낮게 책정된 데서도 잘 나타나 있다.
돈으로 홍보를 하지 못할 바에야 정치나 공직사회의 이미지라도 깔끔히 해 외국인들에게 신뢰를 주어야 한다. 그나마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정치에 대한 평가도 그렇지만 국제적으로 발표되는 공직사회의 부정부패지수를 보면 참으로 창피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IMF 사태라든가 부패지수 같은 것들은 외국시장에 우리의 제품을 하나라도 더 팔아보려고 애쓰는 이들에게 허탈감만 안겨준다.
프랑스 정부가 파리의 노트르담 사원을 보수하기 위해 계획까지 세웠으나 재정이 넉넉지 못해 난관에 봉착한 적이 있었다. 이같은 사정을 알게 된 일본정부는 보수비를 기꺼이 부담하겠다고 제의했다. 일본정부는 보수비를 부담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노트르담 사원은 일본인들도 많이 찾는 관광의 명소이니 일본이 보수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었다. 자존심 강한 프랑스인들이지만 일본인들의 주장을 못 이기는 척 받아들였다. 이 때문에 프랑스인들은 일본인이나 일본제품에 대해 별 반감이 없다. 오히려 문화를 아낄 줄 아는 나라·국민으로 평가한다. 한국도 산업경쟁력이나 교역규모 면에서는 꽤 높은 수준에 있는 나라다. 다만 대(對)외국 홍보가 잘 안되고 있을 뿐이다. 정치 및 공직사회의 선진화와 함께 국가홍보에 대한 노력을 대대적으로 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