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지속적인 금리인상 전망으로 달러 가치는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 자금 이탈은 가속화되고 있다. 외국인들이 18일 연속 2조원이 넘는 주식을 처분하자 일각에서는 이머징마켓인 한국시장에서 발을 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8일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4원10전 오른 1,051원50전에 마감됐다. 환율이 1,050원대에서 마감된 것은 지난 7월8일(1,054원80전) 이후 3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이날 환율을 1,050원대로 이끈 결정적인 이유는 엔ㆍ달러 환율이었다. 엔ㆍ달러는 115.40엔까지 상승하면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엔ㆍ달러 환율이 115엔대를 넘어선 것도 2년 만에 처음이다. 여기에 외국인 주식순매도 규모가 전날보다 2배가량 많아지면서 환율상승을 뒷받침했다. 이날 외국인들은 코스피시장에서 1,900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달 초 32.50대만달러 였던 대만달러 환율도 이날 달러당 33.50대만달러를 넘어섰다. 아시아 주요 통화들이 일제히 약세(환율상승)를 보이는 것은 FRB뿐 아니라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금리인상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국제 투기 자금들이 일제히 달러 매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시아 국가들도 금리인상 행진에 뒤따라 나섰지만 주요국과의 금리차가 여전한데다 글로벌 유동성 위축이 리스크 회피로 이어지면서 아시아 통화의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그렇다면 원ㆍ달러 환율은 앞으로 얼마나 더 올라갈까. 전문가들은 원ㆍ달러 환율이 1,050원대에 진입했지만 추가 상승 여력이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오재권 한국은행 외환시장팀장은 “대만ㆍ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통화에 비해 원화의 절하속도가 못 쫓아가고 있어 추가 상승 여력이 있어보인다”며 “국내 수출업체들이 그렇게 팔았는데도 역외에서는 매수에 나서는 등 시장심리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정미영 삼성선물 과장은 “최근 원ㆍ달러 환율 상승은 글로벌 유동성 축소가 아시아에서 시작되면서 아시아에서 자금의 이동을 초래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한동안 인플레 위험에 따른 미 금리인상 기대가 더 이상 영향력을 강화하기는 힘들겠지만 글로벌 달러 강세 기대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과 국내 외국인 주식 순매도 등의 수요 원인이 겹치면서 원ㆍ달러 전고점인 1,056원대를 상향 돌파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중공업 등 수출업체들의 네고 물량이 나오더라도 단기적인 상승 추세를 잠재우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날도 중공업을 비롯한 자동차ㆍ전자 등 대부분의 수출업체들이 4억달러에 달하는 네고 물량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