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1월4일] 금전등록기


[오늘의 경제소사/11월4일] 금전등록기 권홍우 편집위원 식당주인 제임스 리티는 불안했다. 종업원이 매출을 빼돌린다는 의구심에서다. 현금관리에 고민하던 리티는 유럽 여행길에서 힌트를 얻었다. 스크루 프로펠러의 회전 수를 기록하는 기기를 보고 돈 세는 기계를 만들 구상으로 연결시킨 것. 세계 최초의 금전등록기가 이렇게 나왔다. 연구 끝에 특허를 따낸 게 1880년 11월4일. 소형금고 기능에 매출 합계까지 낼 수 있는 기계였다. 막상 발명에 성공하고 작은 공장까지 만들었지만 리티는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제조업과 세일즈 경험이 없었던 탓이다. 리티의 식당에 설치된 금전등록기를 신기하게 구경하는 사람은 많았어도 사겠다는 주문은 많지 않았다. 리티는 결국 1884년 특허권과 사업을 넘겼다. 새로운 지배주주는 존 패터슨. 광산ㆍ석탄운반사업에서 고전하던 패터슨은 금전등록기 사업의 가능성을 알아채고 회사를 처분한 자금 7,750달러로 지분을 사들였다. 대주주에 오른 후 첫 작업이 사명 변경. 내셔널 금전등록기회사로 사명을 바꿨다. 세계적인 컴퓨터ㆍ금융자동화기기 메이커인 NCR의 출발점이다. 패터슨은 신화를 만들었다. 기기의 성능도 날로 개선됐지만 남다른 마케팅과 세일즈 덕분이다. 한 대에 150~200달러로 비교적 고가인 금전등록기 판매가 회사를 인수한 지 2년 뒤에는 연간 1만여대 선까지 올라갔다. 영국을 시작으로 수출도 터져 1890년대 초에는 ‘NCR의 금전등록기에서 나는 종소리가 전세계에서 들린다’는 말까지 돌았다. 금전등록기는 같은 시대에 발명된 실용적 타자기ㆍ계산기와 더불어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린 3대 기기로 꼽힌다. 금전등록기로 시작된 거래의 기계화ㆍ전산화는 요즘도 기업과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 입력시간 : 2006/11/0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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