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 4월 12일] <1668> 희망의 달리기


캐나다 소년 테리 폭스(Terry Fox)는 언제나 포기하지 않았다. 농구선수를 꿈꿨으나 8학년(중2) 때 키가 152㎝. 만년 후보였다. 코치들의 권유로 주종목을 야구와 달리기로 돌렸지만 코트를 완전히 떠나지 않았던 그는 고교 졸업 무렵에는 여전히 작은 키(178㎝)로 주전자리를 꿰찼다. 명문 사이먼프레이저대에 진학, 신체운동학을 공부하던 18세 소년은 다리를 잃었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생각했던 다리 통증의 원인이 악성 골종양이었던 것. 운동에 인생을 걸었던 소년에게는 날벼락이었다. 오른쪽 다리를 무릎 위 15㎝까지 잘라내는 수술을 받는 동안 그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캐나다를 동서로 횡단하자. 기금 100만달러를 모아 청소년 암 치료 연구에 기부하리라.' 퇴원 후 뼈를 깎는 연습에 돌입한 그는 마라톤 대회에서 완주한 뒤에야 가족들에게 대륙횡단 의사를 밝혔다. 이윽고 1980년 4월12일, 테리는 캐나다 동쪽 끝 뉴펀들랜드를 출발했다. 뜀박질은 고통 그 자체였다. 양쪽 다리의 불균형으로 성한 왼쪽 다리를 점프하듯 솟구쳐야 비틀거리며 달릴 수 있었다. 의족이 수없이 고장 나고 절단한 부위가 문드러지는 아픔을 참고 그는 143일 동안 하루 36.92㎞씩 5,280㎞를 달렸다. 테리는 목표했던 8,000㎞ 구간을 채우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암세포가 폐까지 퍼졌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성원에도 그는 끝내 일어나지 못하고 이듬해 6월 숨졌다. 테리가 떠난 직후 사람들이 기부한 청소년 암 연구 기금 2,700만달러는 오늘날 5억달러를 넘는다. 22세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한 테리는 누구보다도 값지고 위대한 삶을 살았다. 그에게 좌절이었으며 도전의 도구였던 의족은 어떤 사람의 성한 다리보다 더 큰 감동과 가치를 세상에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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