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실리콘 밸리」로 부상하기 위한 아시아 국가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싱가포르의 정보·통신 전문가들은 12일 『외환위기의 충격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이 멀티미디어 등 정보기술(IT) 기반 강화를 통해 아시아에서의 주도권 장악을 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시장 판도상 어느 한 국가가 아시아의 실리콘 밸리로서의 명성을 독식하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대신 각국이 제각기 비교 우위에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건전한 경쟁환경이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기관인 인터내셔널 데이터사의 수석분석가인 아킬 아가르왈은 『아시아 국가들은 약육강식의 대립적 경쟁관계보다 장점을 극대화함으로써 차별화된 실리콘 밸리들을 개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폭넓은 정보통신망은 홍콩이, 전자상거래는 싱가포르가,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은 인도의 방갈로르가, 하드웨어 제조로는 타이완이 각각 지역 중심지로 부상하고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말레이시아, 한국, 필리핀과 중국까지도 궁극적으로는 저마다 경쟁력 있는 정보기술 분야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아시아 지역 하이테크의 축이 되고자 하는 각국간의 경쟁은 인터넷의 폭발적 성장에 기인한 것으로, 아시아 금융위기가 해소되면서 각국은 그간 잃어버린 시간을 따라잡기 위해 IT 기반강화 노력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미국에 본부를 둔 모건 스탠리 딘 위터는 인터넷 관련 사업들이 미국 서부보다 아시아에서 더 짧은 시간안에 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현 경제회복 기조로 볼 때 아시아의 잠재적 성장가치는 전자와 IT에 있다』며 『경제위기 발발전 아시아 지역의 반도체 웨이퍼 제조공장 건설을 일부에서는 과잉설비로 보기도 했으나 장기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몇몇 국가들의 IT 개발 현황이다.
말레이시아: 지난 주 콸라룸푸르 외곽 부지 750㎢에 「멀티미디어 수퍼 회랑지대」를 출범, 인터넷상의 비디오·음성·데이터 초고속 전송 서비스를 꾀하고 있다.
싱가포르: 연말까지 대용량의 케이블 시스템을 구축, 케이블 TV와 전자 상거래, 기타 멀티미디어 응용 서비스를 각 사무실과 가정에 제공하고자 한다. 또 최첨단 기술 회사 유치를 위해 「부오나 비스타」에 싱가포르판 실리콘 밸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홍콩: 16억7,000만달러를 들여 대용량의 정보 통신망, 연구 실험실, 멀티미디어시설 등이 복합적으로 갖춰진 「사이버 포트」건설을 추진중이다.
한국: 2000년을 목표로 인천 송도에 「미디어 밸리」를 건설 중이며 여기에 인텔등 52개 회사가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중이다.
인도: 올해 인도의 실리콘 밸리라 할 수 있는 방갈로르에서 기존 인프라 개선을 위한 20개 정도의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1,700개의 IT 회사들이 자리하고 있는 이곳에서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전문가중에서 자치단체장인 시장을 뽑을 정도로 소프트웨어 중심지로서의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타이완: 북부 벤처 산업단지가 대성공을 거둠에 따라 남부에도 제2의 벤처산업 단지를 건설중이다. 북부 벤처산업단지에는 마이크로 칩 웨이퍼 공장, 컴퓨터 및 주변기기 공장, 생명공학 기술 회사 등이 들어서 있다.
중국: 360억달러에 달하는 벤처 캐피털 펀드를 모으고 산학 연대로서 베이징 북부의 첨단산업 중심지역인 「중관촌」을 2020년까지 하이테크 산업의 중심지로 삼을 계획이다. /싱가포르= 정상범 기자 SS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