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상승에 현금 결제땐 세금도 안물어<br>일부 부유층들 한번에 60~70개씩 구입<br>대부분 밀수품…편법거래 막을 새법규 필요
| 10일 서울 종로의 금전문 상가에서 직원들이 고가의 금덩어리를 정리하고 있다. 고공행진하던 국제 금값이 다소 주춤한 가운데 ‘뒷금’으로 불리는 금덩어리가 변칙 상속 및 증여수단으로 변질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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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괴, 상속·증여 수단으로 변질
금값 상승에 현금 결제땐 세금도 안물어일부 부유층들 한번에 60~70개씩 구입대부분 밀수품…편법거래 막을 새법규 필요
윤홍우기자 seoulbird@sed.co.kr
최용순기자 senys@sed.co.kr
10일 서울 종로의 금전문 상가에서 직원들이 고가의 금덩어리를 정리하고 있다. 고공행진하던 국제 금값이 다소 주춤한 가운데 ‘뒷금’으로 불리는 금덩어리가 변칙 상속 및 증여수단으로 변질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고공행진하던 국제금값이 다소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순금 1kg짜리 골드바(금괴)가 자손에게 증여 또는 상속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과 채권을 상속할 경우 세금을 무겁게 물리기 때문에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금괴가 상속 및 증여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10일 서울 종로 금 도매상가에 따르면 최근 일부 부유층 사이에 골드 바가 대량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취재됐다. ‘뒷금’이라는 속어로 불리며 은밀히 거래되는 금괴는 정상적인 유통경로가 아닌 밀수 등으로 국내 반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종로3가의 G금은방의 김모(43)사장은 “골드바는 한 개가 시가 2,000만원에 달한다”며 “한번에 60~70개씩 대량 거래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을 반영해 금괴 밀반입도 급증하고 있다. 관세청의 금괴밀수 단속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한해 동안 613억5,600만원 어치가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03년 27억3500만원 보다 무려 22배가 늘어난 것이다.
김종기 관세청 조사총괄과 사무관은 “밀수되는 금의 총량을 추정하긴 힘들지만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관세청도 지난해부터 밀수동향 관리시스템을 통해 금괴밀수를 집중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뒷금 거래가 늘고 있는 것은 국제 금값의 상승으로 금의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는데다, 현금으로 살 때 기록이 남지 않아 세금을 물지 않고 상속 및 증여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직전에 고소득층에서 상속ㆍ증여 수단으로 각광받았던 증권금융채 등 이른바 ‘묻지마 채권’에 투자할 길이 막힌 것도 이 같은 뒷금 거래를 부추기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귀뜸이다.
귀금속 매장이 밀집해 있는 서울 종로 귀금속 상가에서는 현금으로 금을 구입할 경우 세금 계산서를 발급 받지 않는 것으로 취재과정에서 확인됐다. 적게는 수십 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르는 금을 사고 팔면서도 추가 비용이 전혀 들지 않고, 거래기록도 남지 않는다.
더구나 최근 1~2년 동안 국제 금값이 크게 뛰면서 대량으로 금을 매수하는 자산가들이 늘고 있다. 최근 국제금값이 조정과정을 겪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이 우세하다. 도매상들은 지금 한돈당 6만9,000원대에 거래되는 금 소매가격이 1~2년 후엔 평균 8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국제 금 시세와 비교해 아직 국내 금값이 많이 저렴한 편이라며 10만원까지도 오를 것이라고 전망도 나오고 있다.
종로에서 순금도매상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지난해 초 한 재력가는 4만원 대에 금괴를 대량으로 구입, 되팔아 현재 6억이 넘는 차익을 남겼다”며 금에 대한 투자가 매력적임이라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그는 “상속이나 증여 할 때도 세금이 전혀 안 붙는다”며 “괜히 부동산 사서 세금 많이 낼 필요가 있냐”고 말했다. 다른 순금 도매업자는 “금값의 지속적인 상승세가 예상되는 한 금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면서 실물자산 선호 심리가 커질 것으로 보여 금에 대한 재력가들의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재산증식도 가능하고 상속이나 증여 시 무거운 세금을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돈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투자수단이 되고 있다”며, “편법적인 금 거래를 차단할 수 있는 관련법규 제정과 단속 망을 마련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6/03/10 1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