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하반기 하강 속도 가팔라질듯

선행·동행지수 넉달째 동반하락…생산 증가율 한자릿수 급감<br>수출용 출하는 증가세 불구 기업 체감경기는 크게 하락<br>유가상승 지속 여부가 변수


하반기 경기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발표된 ‘산업활동동향’에서 경기 선행지수와 동행지수는 4개월째 가파른 동반 하락을 이어가며 하반기의 본격적인 경기하강을 예고했다. 이태성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통상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경기하강 초기에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3개월 연속으로 하락한다”며 “현재 4개월 연속 하락했다는 것은 경기하강 초기국면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올들어 잘 버텨오던 생산 증가율은 지난 5월에 한자릿수로 꺾였고 아직까지 호조를 보이는 수출은 하반기 세계경기 둔화로 감소가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좀처럼 안정 기미를 보이지 않는 국제유가 변수에 따라서는 하반기 경기가 예상보다 심각하게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생산도 무너지나=4월까지 두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하면서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오던 생산도 둔화 흐름을 보이기 시작했다. 5월 광공업생산은 전년동월비 8.3% 증가에 그쳤고 전월에 비해서는 0.6% 감소했다. 광공업생산 전년동월비 증가율은 올들어 1월 11.3%, 2월 10.2%, 3월 10.1%, 4월 10.4%로 꾸준히 높은 수준을 보여왔다. 생산 증가폭이 둔화되면서 5월 생산자제품 출하도 전년동월비 6.1% 늘어나는 데 그쳐 4월(8.3%) 대비 크게 둔화됐다. 반면 생산자제품 재고는 13.2% 늘어 4개월째 증가폭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재고 증가율이 출하 증가율을 웃돌면서 제조업 재고출하순환은 4개월째 경기둔화ㆍ하강 국면에 위치했다. 소비재 판매도 전년동월 대비 3.1% 늘어난 데 그쳐 4월(5.7%)보다 증가폭이 둔화되고 전월 대비로는 0.6% 감소세를 보였다. 설비투자는 반도체장비 등 기계류 투자가 줄어 전년동월비 2.5% 감소했으며 선행지표인 기계수주도 공공 및 민간 발주가 모두 줄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 줄었다. 그나마 호조를 보인 것은 건설 부문. 건설기성은 공공ㆍ민간 공사 증가로 8.0% 늘었으며 선행지표인 건설수주도 건축ㆍ토목 부문 발주 호조로 18.8%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수출은 호조, 수출기업 체감은 악화=수출 지표도 5월까지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5월 광공업 수출용 출하는 반도체 및 부품, 기타 운송장비, 석유정제 등의 호조로 전년동월 대비 15%대의 증가세를 회복했다. 수출용 출하 증가율은 3월 15.9%에서 4월 14.1%로 둔화됐다가 5월에 다시 15.8%로 올라섰다. 하지만 6월 수출기업들의 체감경기와 향후 전망은 빠르게 악화되고 있어 수출의 경기지탱능력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6월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출기업들의 6월 업황지수(BSI)는 전월 대비 13포인트나 급락해 82포인트에 그쳤고 한달 후의 업황 전망도 6월 99에서 7월에는 84로 15포인트 급락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하반기 세계경기 둔화로 인한 기업들의 수출환경 악화와 내수침체는 이미 예고된 부분”이라며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으로도 하반기 세계경제성장률이 3.1%에 그치는 상황에서 수출은 환율보다 세계 경기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권 실장은 “하반기 수출증가율도 10% 수준은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5월까지 수출이 워낙 좋았던 만큼 기업들의 체감은 급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하강 속도 관건은 유가=수출기업뿐 아니라 제조업 전반의 체감경기가 급속도로 냉각된 데는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제조업 업황 BSI는 6월 현재 70포인트대로 떨어져 2006년 8월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고 채산성 BSI는 전월 76에서 6월에는 68까지 떨어져 1998년 3ㆍ4분기 이래 최저치를 기록, 10년 전 외환위기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허상도 한은 통계조사팀 과장은 “국제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기업들이 느끼는 채산성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며 “특히 이런 체감경기 악화는 내수ㆍ중소기업에서 수출ㆍ대기업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경기하강 속도도 국제유가에 달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권 실장은 “하반기 소비와 투자가 3%대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지만 국제유가가 지금처럼 예상보다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세계경기 추가 둔화와 국내 물가상승으로 인한 실질구매력 감소가 각각 수출과 내수 경기 추가 둔화를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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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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