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서커스단의 코끼리와 원전

[로터리] 서커스단의 코끼리와 원전 김종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어릴 적 부모님의 손을 잡고 따라간 서커스 공연장에서 산만큼 큰 코끼리의 곡예를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수천 ㎏이 넘는 육중한 코끼리가 나이 어린 조련사의 지시대로 농구를 하거나 익살스럽게 물구나무도 서고 덩실덩실 춤을 춘다. 원자력발전소 역시 서커스단의 코끼리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원전은 야생 코끼리를 잘 조련시키면 큰 덩치의 코끼리가 조련사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핵분열로 발생되는 엄청난 에너지를 과학기술을 이용해 자유롭게 조절하고 방사선을 안전하게 차폐,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 우리는 홍수나 화재 등 자연재해 대책보다 더 철저한 방사능 방재 및 안전 시스템을 구축해놓고 있다. 시스템 구축뿐 아니라 전직원들이 재교육을 통해 이론 및 기술무장을 철저히 하고 병사가 철책을 지키듯 24시간 불철주야 감시를 한다. 이런 철두철미한 안전의식 함양으로 원전 이용률은 세계 평균을 훌쩍 뛰어넘어 안전관리와 원전 운영의 신뢰성이 세계 최고를 자랑하고 있다. 과학문명이 만들어낸 ‘신비의 불’인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은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북한 핵 문제가 불거졌을 때다. 가까운 지인들조차 원전을 원자폭탄과 혼동하는 사례를 보고 전력의 40%를 담당하고 에너지 안보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원자력 발전에 대해 ‘너무도 모르는 구나’라고 생각했다. 홍보의 중요성을 새삼 피부로 느꼈다. 강조하건대 원전은 전기 생산을 위한 안전한 시설이고 원자폭탄은 가공할 위력으로 폭발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핵분열 원리를 이용하는 것은 같으나 우라늄 농축도는 현저히 다르다. 마치 공업용 알코올과 맥주가 성분은 같지만 폭발하고 안하고의 차이가 있는 것처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 발전소에는 6,000여명의 직원을 비롯한 가족, 협력업체 관계자 등이 두려움 없이 잘 살고 있다. 과거 10년 이상 가족과 함께 고리 원전 사택에서 살면서 불안하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어언 40년 가까이 원전산업에 종사하면서 당혹스러운 질문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예컨대 ‘원전에 근무하니 두렵지 않으냐’고 물을 때는 안타까운 생각마저 든다. 이런 분에게 아인슈타인의 ‘E=mc²’ 공식을 들춰내면서까지 에너지와 원자폭탄의 원리를 설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이렇게 묻는 데는 안전성을 우려해서 일 게다. 그래서 우리는 첫째도 둘째도 안전을 강조하며 ‘안전 운전’을 생명과 같이 소중한 책무로 생각한다.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 원전에 대한 믿음과 사회적 합의를 굳건히 다지고자 한다. 입력시간 : 2008/01/2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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