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STX 다롄 조선소 건설현장] 글로벌 생산시대 활짝 열려

바다와 모래사장이 1년 반만에 위용 드러내<br>내달 1단계 완공… 울산 현대重과 맞먹어<br>"선박생산·기자재조달 핵심거점으로 성장"



“‘꿈의 조선소’로 만들겠습니다.” 지난 9일 STX 다롄조선소 건설 현장에서 만난 정광석 STX 다롄 조선해양기지 총괄 사장은 다소 들떠 있었다. 그의 표정에는 불과 1년 반 만에 바다와 모래사장을 조선소로 탈바꿈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드디어 해냈구나’ 하는 자부심이 배어 있었다. 오는 11월 1단계 완공을 앞두고 있는 다롄조선소는 한국과 유럽ㆍ중국을 잇는 STX의 글로벌 3대 생산기지가 완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STX의 글로벌 생산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정 사장은 “STX 다롄조선소는 STX 글로벌 3대 생산기지의 정점이 될 것”이라며 “선박생산 및 기자재 조달의 핵심 거점으로 성장시켜 STX가 글로벌 톱 조선그룹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힘 주어 말했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다롄공항을 거쳐 불과 3시간 만에 도착한 중국 다롄시 칭싱다오의 STX 다롄조선소 건설현장. 웬만한 국내 조선소로 가는 시간보다 짧은 시간을 이동하자 총면적 550만㎡(약 170만평) 규모의 STX 다롄조선소가 그 위용을 드러냈다. 규모 면에서는 세계 최대 조선소인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660만㎡)와 맞먹는다. 중국 랴오닝성 다롄시 창싱다오에 건설되고 있는 STX 다롄 조선해양생산기지는 11월 1단계 완공에 이어 12월에 첫 선박을 진수한다. STX 다롄조선소는 주조ㆍ단조 등 기초 소재 가공에서 엔진조립ㆍ블록제작까지 선박건조를 위한 모든 부분을 한번에 수행하는 일관생산체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선주들의 요구에 맞춰 엔진 등을 적절한 타이밍에 생산해 배를 건조하고, 물류비용 및 건조시간 절감을 위해서다. 실제 전세계적으로 일관생산체제를 갖춘 조선소는 세계 1위의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이 유일하며, STX 다롄조선소가 완공되면 두 번째가 된다. 정 사장은 “조선업은 타이밍과 생산성이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일관생산체제를 갖춰야 급변하는 시장 요구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STX 다롄조선소 부지는 불과 1년 반 전만 해도 바다와 모래사장밖에 없던 허허벌판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주조 및 단조소재 가공공장, 엔진부품 공장, 블록조립 공장 등이 이미 들어섰다. 다롄조선소는 지난 2007년 3월 공장 착공 이후 1년 만인 올 4월 블록 생산을 위한 스틸커팅에 들어가 내년 4월께 첫 배인 5만8,000DWT급 벌크선을 인도할 예정이다. 현재 조선소 전체 공사진행률은 90%로 1단계 공정은 11월께 준공될 예정이다. 2단계가 완료되는 2012년에는 연간 선박블록 100만톤, 선박용 엔진 250대, 선박 60척을 건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STX 다롄조선소의 건설 속도는 국내와 비교하면 무려 3배 이상 빠르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현지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중국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중국 정부는 직접 부지매립을 진행했고 STX의 규제완화 요구도 현지 상황에 맞춰줬다. 또한 다롄시에서 칭싱다오까지 통하는 고속도로도 당초 계획보다 1년가량 앞당겨 완공할 예정이다. 이 고속도로가 건설되면 다롄시에서 STX조선소까지 왕복시간이 절반(2시간)으로 줄어들어 출퇴근도 가능하게 된다. 허혁 STX 다롄조선소 총경리는 “국내에서는 5,000평의 땅을 확보하는 데 무려 6년이 걸렸지만 중국 정부는 단 하루 만에 확보해줬다”며 “시황에 대응할 수 있는 속도경영이 사업의 성패를 결정 짓는 조선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가히 ‘꿈의 땅’이라 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마산 수정만 조선기자재 공장 건설 계획이 일부 지역주민과 환경단체들의 반대로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 씁쓸하다”고 안타까워 했다. STX가 조선소 건설을 시작하면서 한적하기만 했던 칭싱다오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약 3만명에 불과하던 인구가 5만명으로 늘어났고, 현지 아파트와 상가 등의 가격도 2배 이상 올랐다. 또한 전국의 우수 조선 인력이 모여들면서 교육환경도 향상되는 등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는 STX의 꿈과 이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중국의 힘이 변화의 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이 짓는 ‘꿈의 조선소’가 국내가 아닌 중국에 지어질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조선소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뒤를 돌아보던 사람은 비단 기자만은 아니었다. "조선업계 방심땐 中에 따라 잡힐것"
정광석 사장 "경쟁력 강화위해 정부 지원 필수"
"중국이 언젠가는 세계 1등이 될 겁니다. 하지만 그 시기가 단축되느냐 아니면 지연되느냐는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하기에 달려 있습니다." 정광석(사진) STX 다롄 조선해양기지 사장은 지난 9일 STX 다롄조선소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 정부와 업계는 오는 2015년 세계 시장 1위를 목표로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만약 우리 조선업계가 방심한다면 이보다 일찍 따라잡힐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전통적으로 조선업 맹주는 생산성이 높은 국가가 차지해왔다"며 "국내 업계는 현재의 숫자에 만족하지 말고 더욱 열심히 연구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조선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기업들이 들어와 성공하면 그 이익이 인민(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업이 잘 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며 "기업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정부가 직접 나서 해결해줄 정도"라고 전했다. 정 사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조선시황과 관련해 "지난해 조선시황이 이상하리만치 좋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착시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06년과 올해를 비교하면 크게 나빠진 것이 아니며 지난해와 견주면 시황이 크게 악화된 것처럼 보일뿐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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