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핫 이슈 진단] 국가별 감축비용 얼마나 되나

한국 의무감축 5%만 적용돼도 年8兆 부담<br>2020년까지 EU 4.5兆~5.7兆원·日은 510兆원 소요<br>美, 현수준 유지에만 6조弗·감축엔 40년간 10조弗들어<br>"저탄소기술등 확보 못하면 공장돌려 남의 배 채워줄 판"

2013년 이후 포스트 교토 체제가 성립하고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에 온실가스 감축이 의무화되면 그 비용은 천문학적인 금액에 이를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반대로 이는 엄청난 시장이 생기는 것을 의미해 누가 이를 차지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국별, 기업별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100여개 이상의 국가가 참석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온실가스 감축에는 엄청난 비용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삼성지구환경연구소 분석에 의하면 선진국의 경우 온실가스 감축 비용으로 매년 GDP(국내총생산)의 0.5%~1% 정도가 소요되며, 2013년 이후에는 비용 지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한국이 1997년 12월 기후변화협약 제3차 총회에서 교토의정서 채택 당시 온실가스 의무 감축국에 편입됐다면 매년 배출권 수입 비용만 12~15조원에 달해 한국의 공장 절반은 문을 닫을 수도 있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포스트 2012 이후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는 점. 아울러 이 과정에서 수혜를 보는 집단(국가)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박찬우 삼성지구환경연구소 연구위원은 “저 탄소 기술과 탄소배출권을 유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국가가 최대 수혜국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선진국, 그들의 온실가스 감축 비용규모는 =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적극전인 EU(유럽연합). EU는 이미 2005년부터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탄소배출권 시장을 가동하며 전 세계 온실가스 산업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EU는 교토의정서 보다 더 강한 202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을 1990년 대비 20% 줄인다는 큰 계획 하에 기후변화 플랜을 하나 둘 진행하고 있다. 당장 EU는 교토의정상의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9~37억 유로(4.5~5.7조원)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EU GDP의 0.1% 이하 규모다. 하지만 2012년 이후 유럽 자체 기후변화 포괄안에 따른 대책비용은 무려 1,330억 유로(200조원)로 추산되고 있다. 국민 1인당 부담액은 연간 350유로(55만원)에 달한다. 아시아에서 기후변화 정책에 가장 적극적인 일본도 막대한 자금을 온실가스 감축에 사용하고 있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온실가스를 13% 감축하는 데 향후 12년 간 52조엔(51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문에서 25조6,000억엔, 민간부문에서 26조7,000억엔 등이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4조엔(39조원)에 이르는 돈이다. 교토 의정서에 비준하지 않은 미국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자체 연구분석에 의하면 미국은 온실가스 배출 증가세를 멈추는 데만 향후 20년간 6조 달러(6,000조원)가 소요되고, 감축을 위해서는 향후 40년간 10조 달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미 상공회의소는 온난화 저지를 위해 총 20조 달러의 비용이 필요하고, 이는 미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 온실가스 감축비용 어느 정도 = 현재 전 세계가 회의를 통해 논의중인 포스트 2012 이후 온실가스 규제 방법에 따라 한국의 감축비용도 결정된다. 감축은 우선 국가별로 할당되고, 다시 해당 국가가 이를 산업별로 나누는 방식이다. 우리나라가 어떤 기준에 의해 온실가스 감축을 할 지는 결정된 것이 없으나 2013년 이후 의무 감축국에 편입되는 것은 거의 기정 사실화 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산업계 할당에 대비, 세부 연구용역을 진행중이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에 의하면 오는 2020년이면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필요한 돈이 최고 2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현대연이 최근 발표한 ‘기후경제학의 대두와 대응전략’ 보고서를 보면 발리 로드맵에 따라 1990년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10%를 감축한 2억360만톤을 2020년에 유지할 경우 탄소배출권 구매에 필요한 비용이 2010년 최저 2조원에서 최고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2020년에는 최저 2조7,000억원에서 최고 26조원에 달한다는 전망이다. 이는 2010년의 탄소배출권 가격을 톤당 54달러로 기준 했을 때의 값으로 온실가스 감축규제의 강도가 세질수록 기업의 생산비용도 증대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이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이 돼 오는 2013년부터 시작되는 교토의정서 2차 의무감축기간 중 지난 1995년 대비 5% 감축 의무가 부과될 경우 연간 최대 82억달러(8조원)의 비용부담이 발생한다는 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전망을 근거로 우리나라가 2013년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5년 대비 5% 줄인다고 가정할 경우 실질GNP 성장률이 0.78% 감소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과실은 누가 따먹을까 = 온실가스 감축은 또 다른 수혜자를 만들어 낸다.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비용 지출은 피할 수 없으나 문제는 그 지출의 혜택이 누군가에게 돌아가느냐는 점이다. 이는 거꾸로 온실가스 감축으로 대변되는 기후변화 시장을 누가 선점하는 것과도 연결된다. 온실가스 관련 시장은 크게 ▦ 온실가스 배출억제 ▦ 화석연료 대체 ▦ 배출권 유통 및 관련 서비스 시장 등으로 나뉜다. 결국 저 탄소 기술을 갖추고, 탄소배출권 유통 시스템을 갖춘 국가가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 뻔하다. EU와 미국 등이 온실가스 규제를 놓고 대립하는 이면에도 이 같은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한국이 온실가스 감축 시스템 및 기술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다면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다른 사람이 챙기는 것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濠, 배출권 거래제 2010년 시행
감축기업에 인센티브 제공·신재생 에너지 개발에도 박차
미국과 더불어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해 왔던 호주. 하지만 호주는 지난해 발 발리에서 열린 기후변화 회의에서 의정서에 서명을 하며 기후변화 대응 체제 진입을 본격 선언했다. 2013년 이후 온실가스 의무 감축국 편입이 확실시 되는 한국 입장에서는 뒤늦게 뛰어든 호주의 대응전략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호주의 기후변화 전략을 보면 2050년까지 2000년 기준 60%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설정했다. 또 2020년까지 20%의 재생에너지 목표를 수립해 놓고 있으며, 탄소 배출권 거래제는 2009년 법제화를 통해 2010년부터 시행한다는 큰 윤곽을 그려놓은 상태다. 세부적으로 보면 배출권 거래제의 경우 금년 초부터 호주 정부와 비정부기구(NGO) 등의 전문가가 참여 검토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배출권 거래제 설계를 담은 정부 문서가 2008년 중반에 발표될 예정이며, 잇따라 연말에는 중기 온실가스 목표 발표를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까지 논의 내용을 보면 거래가 되는 탄소 배출권 종류는 고정 에너지, 산업공정, 수송, 폐기물, 농업과 임업 등이다. 통상 초기 탄소 배출권 거래의 경우 산업공정 부문만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파격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온실가스 범위도 이산화탄소 뿐 아니라 나머지 5개도 포함, 총 6개 온실가스로 정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탄소 감축 인센티브 제공이다. 탄소 감축에 나서게 되면 호주 기업들은 그렇지 않은 국내 및 외국 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호주 정부는 이 같은 점을 감안, 무상 재정 지원도 검토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 호주 정부가 온실가스 규제에 나설 경우 800개 기업과 사업장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호주 온실가스 배출량의 70%에 해당되는 수준이다. 신 재생 에너지 개발도 박차를 가한다는 게 호주 정부의 복안이다. 호주 정부는 2020년까지 20%의 재생 에너지 목표를 설정했다. 신쟁생 에너지 법률안 초안은 금년 말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목표는 기존의 비해 5배나 많은 규모다.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호주 정부는 심층 지열이나 태양열 등 새로운 재생에너지 기술과 같은 기반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호주는 에너지 회사를 중심으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탄소 감축에 나섰고, 이를 통해 자발적 탄소시장도 가동하고 있는 상태다. 이미 탄소 중립 목표를 도달한 기업도 있다. 호주 정부의 탄소 배출권 제도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자금 마련 등을 위해 석탄 발전소를 민영화 하는 주 정부도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난관도 적지 않다. 대상 기업 중 상당수가 기후변화 대응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렇다 보니 800개 기업과 사업장 가운데 적지 않은 기업ㆍ사업장에서 온실가스 배출 통계 및 자료 수집 등에서 애로를 겪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결국 짧은 시간 내에 기후변화 시스템을 습득해야 한다. 호주 정부는 이를 위해 기술적 지침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 윤주훈 연구원은 "이 같은 (호주의) 기후변화 체제 개편은 1980년대 무역 자유화 이후 수행되는 거시경제 상 가장 큰 규모의 변화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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