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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금융
용산공원, 착공도 전에 '초고층 병풍' 자리잡아
입력2006.12.05 17:02:21
수정
2006.12.05 17:02:21
[용산공원 조성, 이대로는 안된다] 市, 조망권 선점 건설사 탐욕에 속수무책<br>이대로 가면 부유층 앞마당 전락 '불보듯'<br>"지금부터라도 고밀도 개발 엄격 제한해야"
| 현재대로라면 용산공원 남쪽에는 11개의 고층 건물들이 300m 이상의 긴 그림자로 공원의 절반을 뒤덮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김기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AUTO CAD 3DS’를 사용, 실물의 1,000분의1 크기로 겨울철 동지 오후4시 기준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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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에서 한강로를 따라 용산 쪽으로 가다 보면 고층 건물들이 우후죽순처럼 솟아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과거 시야를 가로막던 삼각지 고가차도가 없어져 시원하게 뚫렸던 시야는 이 건물들 때문에 다시 가로막힌다.
조금 더 내려가면 국제빌딩 너머로 커다란 건물 5채가 올라가고 있다. 43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 ‘시티파크’다. 시티파크에서 지하철 이촌역까지에도 주상복합아파트인 ‘파크타워’가 들어서고 있다.
용산공원이 조성될 미군반환 부지 주변에는 현재 국제빌딩 외에 이미 10여개의 고층 빌딩이 준공됐고 20여개에 가까운 고층 빌딩들이 신축 중에 있어 조만간 용산공원 주변은 고층 빌딩들로 가득 들어차게 됐다.
김기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용산기지 서남쪽 방면에 들어설 초고층 빌딩 모형을 세워 시뮬레이션한 결과 겨울철 해질 무렵 최대 350m나 되는 거대한 그림자가 공원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시티파크와 파크타워 11개 건물이 용산공원 남단 약 1㎞ 구간을 거대한 병풍처럼 가로막게 된다. 이대로 간다면 용산공원을 산책하는 시민들은 고층 빌딩들이 만들어내는 그림자에 시야를 방해받게 되고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시선도 의식해야 할 판이다.
공원 조성에 관한 윤곽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벌써 고층 건물들이 속속 자리잡게 된 이유는 조망권을 선점하려는 건설업체들의 탐욕과 이들에게 별다른 규제 없이 건축허가를 내준 서울시 등 관공서 때문이다.
외부적으로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용산공원은 위협받고 있다. 캠프킴 등 주변 산재부지를 제외하고 반환될 미군기지는 81만평이지만 이러 저런 이유로 공원 면적의 축소가 불가피하다. 한미간 양해각서에 따라 용산공원의 정수리에 해당하는 캠프코이너 부지(2만4,000평)에 미 대사관이 이전하게 되며 공원 한가운데 있는 드래곤힐 호텔과 헬기장도 반환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와 함께 국방부도 국방부 청사와 주한미군 잔류부대 방호를 위한 완충공간으로 5만7,000평을 요구하고 있어 용산공원의 실제 크기는 현저히 줄어들 처지다.
시작도 하기 전부터 훼손되고 있는 용산공원을 되살리기 위한 길은 없을까. 지금부터라도 공원 몸체를 온전히 보전하고 공원 주변의 고밀도ㆍ고층 개발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리고 이른 시일 내에 서울시 전체를 긴 안목에서 바라보는 공원 조성에 관한 마스터플랜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강오 서울그린트러스트 사무국장은 “지금 이대로 간다면 용산공원이 첫 삽을 뜨기도 전에 일부 부유층의 앞마당으로 전락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공공자산인 공원이 시민 모두의 재산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공원 주변의 도시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용산역 주변을 부도심으로 설정하고 있는 현재의 도시계획법상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하기 전에는 고층 건물들의 신축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용산공원 예정지의 동북쪽은 누르고 서남쪽은 다소 완화하는 현재의 도시계획을 지속해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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