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일부 대출부실 문제로 업계 전체 흔들리는 것 막아야"

저축은행 긴급좌담…부실 저축은행은 솎아낼 필요 저축은행 정책방향도 새로 짜야

김주현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이건호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주용식 저축은행중앙회 회장

참석자: 김주현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이건호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주용식 저축은행중앙회 회장 <가나다 순> 사회: 김형기 서울경제신문 부국장 겸 금융부장 “저축은행 부실에 대해 시장이 납득하고 안심을 할 수 있는 장ㆍ단기 대책을 조만간 내놓을 예정입니다. 일부 부실을 처리하는 수준을 넘어 근본적인 대책이 될 것입니다.”(김주현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29일 서울경제신문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도미노 파산’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저축은행 업계의 실태와 부실 해결방안 마련을 위한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저축은행업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주문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흙탕물을 만들 듯 일부 부실 저축은행에 업계 전체가 흔들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일부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우려가 집중적으로 부각돼 시장에 지나친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금융권에서 저축은행의 존재의의가 분명한 만큼 구조적으로 PF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을 수 있도록 정책방향을 재점검할 필요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김주현 금융위원회 사무처장과 주용식 저축은행중앙회 회장, 이건호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등이 참석했다. ▦사회=올해 내내 저축은행 PF 부실이 금융권의 뇌관이 될 지가 화두였습니다. 최근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내년도 저축은행 업계는 6조7,000억원대에 달하는 신규 부실이 생길 것이라고 했습니다. 고객 등 시장의 불안감은 높기만 합니다. 정확한 실태는 어떻습니까. ▦김주현 금융위원회 사무처장=9월 말 현재 저축은행의 전체 대출금액은 63조7,000억원 수준입니다. 이중에서 12조4,000억원이 PF대출입니다. 저축은행 전체 대출 중에서 고정이하여신(부실 여신) 비율은 9.9%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사회=타권역보다 높은 수준이네요. 그 동안 저축은행들의 자구노력에도 부실이 심한 원인을 업계에서는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주용식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저축은행의 부실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는 규제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입니다. 저축은행은 은행 등과 달리 영업구역이나 점포설치에 제한이 있습니다. 타업권에 비해 영업규제가 심한 편이라는 거죠. 그러면서 대출시장은 사실상 은행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두번째로 저축은행들은 안정적인 수익원이 한정돼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PF 대출에 쏠림현상이 생겼고, 거시경제 변화에 따라 위험요소가 많아지는 것이죠. 또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금융소비자 계층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고객이라는 점도 부실화 가능성을 높입니다. ▦사회=타당한 지적입니지만 저축은행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는 태생적인 한계 아닙니까. 그 부분을 인정한다면 구체적으로 PF 문제가 불거진 원인은 무엇입니까. ▦이건호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저축은행들이 PF 대출을 많이 하고, 또 빨리 부실화된 된 이유는 이렇습니다. 먼저 저축은행이 전통적으로 서민금융기관이라고 했지만 생존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가계금융과 중소기업 대출에 은행이 대거 진출하면서 과다경쟁이 생겼습니다. 그러면서 2003년에 카드사태가 일어났는데요. 이 시기에서 저축은행이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당시 타금융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퇴출이 많았습니다. 다른 시장을 찾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마침 부동산 시장이 좋았던 것이죠. 가계분야의 손실을 일거에 만회할 수 있는 먹거리가 생겼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빨리 부실화됐느냐가 문제인데,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부동산 경기 위축이 갑자기 왔습니다. 저축은행이나 감독당국이 대응하기에 지나치게 빨리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습니다. 여기에 저축은행들의 리스크 관리 능력도 부족했습니다. 당장 가계 쪽에서 어려움이 있고 부동산이 된다 싶으니까 너도나도 뛰어들었던 것입니다. 나중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계산할 능력이 떨어졌던 것이죠. ▦사회=결국 관건은 저축은행 부실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로 돌아갑니다. 저축은행 스스로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고, 정부에서 맡아서 할 게 있다고 봅니다. 업계에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주 회장=근본적인 처방은 서민금융기관답게 부동산 PF대출보다는 서민대출에 주력하는 것입니다. 다만 이 방안은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부동산 등에 나갔던 대출을 회수하고 이를 서민금융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걸립니다. 아울러 저축은행들이 경영역량을 강화해야 합니다. 리스크 관리에 더 주력해야 합니다. 일부 대형 저축은행은 사정이 좀 낫지만 다수의 지방 저축은행은 관리능력이 부족합니다. 중앙회 차원에서 시장 연구기능을 강화하자는 얘기가 오가고 있습니다. 부실로 문제가 된 저축은행은 대주주 출자, 경영쇄신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미 올해 자산관리공사에 부실 PF채권을 매각한 업체들은 양해각서(MOU)를 맺고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회=정부 쪽에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 처장=저축은행 문제는 업계 스스로 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게 당국 입장입니다. 저축은행 문제를 해결하려면 부실을 빨리 정리해야 하는데, 부실을 털다 보면 증자 등 자본을 보완해야 합니다. 자본확충을 위해서는 스스로 증자하거나 투자자를 끌어오는 방법이 있고 인수합병(M&A)도 있습니다. 현재 정부는 저축은행 업계가 스스로 자본금을 늘리거나 M&A하는 것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내년에도 저축은행과 은행의 부실채권 5조원을 매입해 부실 채권정리를 지원할 생각입니다. ▦사회=자체적인 노력과 정부의 정책적 대응방안이 모색되고 있는데 이 같은 노력에 대해 외부에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이 교수=개인적으로는 저축은행 업계가 자체 노력으로 해결할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현재 저축은행은 다른 쪽에서 벌어서 손실을 메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대주주가 부실 전체를 떠안을 수 있을 정도로 증자를 할 능력도 없습니다. 결국 정부가 조기 수습해야 하는데, 부실 저축은행은 문을 닫게 하거나 정부 지원으로 살려내는 방법이 있습니다. 저축은행 예금보험기금 계정이 2조원 이상 부실인 상황에서 파산시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자산관리공사에서 부실 PF대출을 사주고 있지만 사기업인 저축은행을 얼마나 지원할 것인지는 문제입니다. ▦사회=부실 처리도 처리지만 앞으로 저축은행의 정책틀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고려해야 할 듯합니다. ▦주 회장=현재 금융당국의 저축은행의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하고 있습니다. 큰 방향에서 틀은 맞지만 현실적으로 저축은행이 이를 버틸 수 있을지가 문제입니다. 현재 저축은행의 부동산에 대한 포괄여신 한도가 50%인데 규제가 생긴 뒤 당장 1~2년 내 영업할 대상이 없어지게 됐습니다. 부동산쪽 부실채권이 많기 때문에 한도가 있으면 신규로 대출을 할 수가 없어서입니다. 특히 최근에 대손충당금(부실에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돈) 기준을 단기간에 강화하다 보니, 저축은행들이 벌어둔 돈이 없는 상황에서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미래를 대비하는 것도 좋지만 당장 지금이 더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이 교수=기본적으로 부실 저축은행 처리문제와 저축은행 업권 자체를 연착륙시키는 것은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봅니다. 부실 저축은행을 더 끌고 가는 것은 업계에 부담만 됩니다. 조기에 정리하는 게 중요한데, 현상황에서는 M&A 독려 등으로는 안 됩니다. 저축은행을 사겠다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부실 저축은행을 사서, 증자 등에 돈을 다 쓰기보다는 새저축은행을 갖고 싶을 것입니다. 현재 저축은행 신규 면허를 안 내주고 있는데, 신규 진입을 가능하게 하면 우량 자본도 들어올 것이고 부실 저축은행을 안 팔고 경영권 프리미엄만 요구하는 사례도 없어질 것입니다. ▦김 처장=정부도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 정리가 덜 돼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긴 어렵지만 시장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한 단계 앞서 나간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충당금 문제도 한 번 생각해 볼만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사회=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쉬울 듯하면서도 풀기 어려운 게 저축은행 부실해법인 듯합니다. 좌담을 마치면서 한마디씩 정리를 부탁드립니다. ▦이 교수=정부가 저축은행 문제 처리에 있어 신경써야 하는 것은 부실 업체와 업권의 문제를 반드시 분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또 앞서 말씀드렸듯 신규 라이센스를 준다고 하면 좋은 자본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울러 일부 저축은행의 문제가 업권 전체의 문제처럼 확대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부실 업체의 문제는 저축은행 업계에 시간을 준다고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도저히 끌고 가기 어렵다면 칼을 대야 합니다. 이 부분에서 공적자금이 필요하다면 쓰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주 회장=저축은행은 금융업계에서 반드시 필요한 존재입니다. 저신용자들을 제도권에서 수용할 수 있는 기반이기 때문입니다. 당국이 저축은행 정책을 탄력적으로 처리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현재 저축은행 업계에도 희망적인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부동산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고 이자이익 부분도 늘고 있습니다. 저축은행들도 내성이 생기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의 위험이 저축은행들의 경영 잘못이라는 점은 절대 부인하지 않습니다. 업계도 잘못을 반성하고 노력할 생각입니다. 다만 최근 마치 모든 저축은행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치는 경우가 많은데 건실하게 영업을 해오는 곳도 많습니다. 현재 저축은행의 경영불안이 강조되고 있지만 고객과 국민들이 믿고 지원해주시면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 처장=저축은행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시각이 사람마다 다릅니다. 환자를 처리하는데 있어서도 그런데, 어떤 것이 더 좋은 방법인지는 상황을 좀더 봐야 합니다. 부동산 경기라든가 저축은행의 자구노력에 따라서는 대책이 조금 바뀔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국에서 판단하기로는 시장이 안심할 수 있는 저축은행 대책이 좀 빨리 나올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인식을 분명히 하고 있고 내년에 주요 업무 과제로 처리할 생각입니다. /사진=김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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