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 경영간섭 度 넘었다
주주권 내세워 "利權약탈" 자사주 매입소각·과도한 배당등 노골적 요구말안들으면 흠집 잡아 "경영진교체" 협박…"국내 산업·자본시장 정상적 발전 장애"
고혈 짜내는 외국자본
"자사주 전량소각않으면 KT&G 경영진 교체"
“마치 포악한 사냥꾼의 무차별적인 약탈행위 같다.”
‘주주권리’를 내세운 투기적 외국자본의 경영간섭이 도를 넘어섰다.
이들 외국계 투기자본은 최근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이나 경영진의 흠집을 걸고 넘어지며 걸핏하면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하는가 하면 심지어 ‘자신들의 이권을 적극적으로 챙겨주지 않는다면 경영진을 교체하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SK㈜를 대상으로 한 소버린의 과도한 경영간섭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자 단기투자 목적이 다분한 여타 외국계 자본들이 덩달아 국내 경영진에 무차별적인 압박을 가하는 양상”이라며 “외국자본의 이기적인 행위를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국내산업은 물론 자본시장의 정상적인 발전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외국계 투기자본의 국내유입이 급증하면서 상당수 기업들이 수십년간 쌓아놓은 내부유보금을 고스란히 넘겨주는가 하면 일부 기업들은 과도한 경영간섭으로 갖가지 경영권 위협이나 협박을 당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28~11월5일 런던ㆍ홍콩ㆍ싱가포르에서 열렸던 KT&G의 해외IR 자리에서는 영국계 TCI자산운용이 KT&G 자사주 지분 24%를 전량 매입 후 소각해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의 가격을 높이라는 노골적인 요구를 했다. 이들은 특히 자신들의 요구조건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외국자본들이 뭉쳐 현재의 경영진을 모두 퇴진시키겠다고까지 협박했다.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 역시 벌써 몇 년째 걸핏하면 외국계 주주들이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라’거나 경영상의 전략으로 출자된 계열사 지분을 ‘무조건 처분하라’는 식의 압력을 행사해왔다.
이미 외국계 투기자본이 기업의 현금창출력을 넘어서는 과도한 배당을 요구하거나 당장 현찰을 챙기기 위해 시도 때도 없이 유상감자(주식 수를 줄이면서 그 가치만큼 현금으로 상환하는 것)를 시도하는 것 등은 일상화가 됐다.
S-Oil은 독립경영을 선언한 지난 2000년 순익(53억원)의 16배가 넘는 873억원을, 2001년에는 순익(191억원)의 8배인 1,529억원을 배당으로 나눠줘야 했다. 그 덕분에 주가는 올랐지만 20여년 동안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착실하게 축적해온 내부유보금이 모두 없어졌다. 이밖에 JP모건은 만도를 인수한 후 유상감자로 477억원을 돌려 받았고 인터브루도 OB맥주 인수 후 유상감자로 현금 1,677억원, 주식 538억원어치를 챙겼다.
배당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투자를 반대해 기업들이 성장잠재력을 잃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KT는 외국주주의 반발로 책정된 투자예산을 집행하지도 못했고 SK텔레콤은 투자예산을 늘렸다는 이유로 외국인의 폭탄매물을 맞아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우승호 기자 derrida@sed.co.kr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
입력시간 : 2004-11-14 1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