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당론앞에 서면 작아지는 의원들

지난 15일 오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단 회의에 재경위 소속 의원들이 불려갔다. 16~17일 양일간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금융소위에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 개정안 논의를 앞두고 있던 때였다. 이상하게 이 회의 직후 금융소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마치 입을 맞춘 듯 ‘당론’을 강조했다. 지난해 말 열린우리당은 금산법 제정 시점인 97년을 기준으로 전후의 상황을 분리해 대응한다는 안을 ‘권고적 당론’으로 정했다. 말 그대로 강제성이 없는 ‘권고 사항’이다. 그래서일까. 금융소위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 중에도 당론의 위헌 가능성을 지적하는 주장이 여전히 나왔다. K 의원은 “당론이 있다고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고, L 의원도 “당론이 위헌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있다”고 했다. 한나라당 사학법 장외투쟁 탓도 있었지만 이 때문에 금산법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게 사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금산법 논의 상황을 물으면 여당 내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15일 오전 회의에서 김한길 새 원내대표를 만나고 나온 후 의원들의 말이 바뀌었다. 개인적 소신에 있었던 방점이 이후에는 “당론은 존중돼야 한다”로 이동한 것. 금융소위 소속 P 의원은 “당론이 나왔는데 딴 소리를 하면 그게 비정상 아니냐”고 그동안의 의견대립을 부정했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지도부가 바뀌고 군기를 잡는 판에 누가 당론과 다른 소릴 하겠냐”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생각은 달라도 지금은 이견을 말할 때가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20일 금융소위가 한나라당 의원들의 지각으로 지연되면서 먼저 와 있던 L 의원은 비공식적으로 “(당론대로) 통과되자마자 위헌 논란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당론’이 결정된 이상 이전에 반대 의견을 냈더라도 소속 의원들이 당론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법안을 심의하는 자리에서 당론이 개별 의원들의 소신을 위축시켜 자유로운 심의를 제약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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