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수출ㆍ내수 단절의 심각성

수출 증가-투자확대-고용창출-내수활기의 경제 선순환 구조가 단절됐다는 금융연구원의 보고서는 경제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사상 유례없는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수출이 경제회복에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기 때문에 경제운용의 큰 틀을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수출과 소비의 상관계수가 지난 90년대 0.92에서 최근 2년 동안 마이너스 0.57로 나타났고 올 1ㆍ4분기 중 수출도 전년동기에 비해 무려 37.8%나 늘면서 성장기여도가 12.1%로 두배 정도 커졌지만 내수부문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수출과 내수의 단절현상이 두드러졌다. 이는 부품 및 설비의 수입의존도가 큰 정보기술(IT) 업종이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데다 기업들의 공장 해외이전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의 온기가 내수로 퍼지지 않고 있는 것이 지난 2년 동안 계속돼왔다는 사실은 지금의 상황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런 점에서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기다리는 것도 정책이라는 발언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동원할 수 있는 정책을 다 내놓았으니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다리자는 것인지, 백약이 무효이니 저절로 좋아질 때까지 버텨보자는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 부총리의 이야기는 경제난으로 고통 받고 있는 서민들로서는 화가 날 일이다. 지금 우리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투자기피, 소비 및 내수 부진이다. 수출이 제아무리 잘 돼도 투자와 내수진작에 별무효과라는 점이 확인됐으면 당연히 이를 타개할 수 있는 별도의 대책을, 그것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 투자확대를 위해서는 기업들이 신바람까지는 아니더라도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경영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기업들이 거창하게 보고대회를 열고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고 해서 저절로 될 리는 만무하다. 또 하나는 지금 소비위축이 부자들까지도 돈을 안 쓰는 단계로 진전됐을 만큼 심각한 양상이라는 점에서 돈 있는 사람들이 돈을 쓰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른바 명품과 외제차 판매까지 줄고 있다는 것은 소비심리가 어느 정도인지를 뒷받침해준다. 부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는 것 역시 불안하기 때문이다. 거주자 외화예금이 200억달러를 넘어섰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은 막연한 낙관론이나 ‘기다림의 정책’을 구사할 때가 아니다. 정부는 경제 주체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쪽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하다못해 TV에 출연하든지 어깨 띠를 두르고 길거리로 나서 ‘돈 있는 사람들은 돈을 쓰라’고 소비권장 캠페인이라도 벌이는 게 옳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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