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불법행위 근절이 상생의 지름길


국무총리실과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건설하도급 규제개선 대책'은 건설현장의 밑바닥에서 가장 필요한 문제들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이라는 점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그동안 하도급 계약에서 종합건설업체가 하도급자에게 부당한 특약내용을 강요하는 사례는 만연해 있었다. 하도급자를 착취하는 부당한 행위를 폭넓게 처벌하려는 이번 시도는 매우 반가운 일이다. 특히 하도급자에 대한 선급금 지급기한을 15일로 명확히 한 것은 현장 어려움 해소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는 공사 선급금을 원도급자가 수령했는지조차 모르는 하도급자가 전체의 20%에 이르고 선급금 수령 사실을 알았어도 받지 못하는 하도급자가 23%를 차지했다. 원도급 종합업체가 선급금을 하도급자에게 지불하지 않은 채 혼자 사용한 경우가 절반 가까이 되는 셈이다. 모름지기 밑바닥이 깨끗하지 않으면 위의 모든 것들이 지저분해질 수밖에 없다. 건설업의 가장 바닥인 하도급에서 종합건설업체의 불법ㆍ불공정 하도급 행위 유형은 무려 300여가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협력업체와 상생을 위한 첩경은 바로 이런 불법ㆍ불공정 행위의 근절에 있다. 불법 행위만 근절된다면 상생의 90% 이상이 달성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건설업에서 대ㆍ중소기업, 원ㆍ하도급자 간 효율적인 상생과 동반성장을 이루기 위한 확실한 대안으로 '주계약자 공동도급제' 실시를 촉구하는 바이다.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는 대기업과 하도급업체가 짝을 이뤄 입찰하고 각자 역할대로 시공에 참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하도급자가 발주자와 직접 계약하기 때문에 원도급자로부터 비롯되던 고질적인 불법ㆍ불공정 행위를 근절할 수 있으며 부실공사ㆍ임금체불ㆍ산재사고 등 사회문제까지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종합건설업체들이 이윤 감소 등의 불합리한 이유를 들어 저지하는 바람에 활성화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선진화된 제도가 원도급업체들의 이해타산으로 확산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아직도 상생을 대기업이 중소기업에게 베푸는 호혜 정도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상생은 대기업 스스로가 국내외 경쟁에서 살아남고 더 큰 이윤을 얻기 위해 차별화된 협력업체를 키운다는 투자개념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번 조치를 시작으로 건설업의 불법행위를 근절해 건설업 내 만연해 있던 여러 문제들이 근본적으로 개선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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