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LIG손보 누가 차지하나

농협·KB·한화·롯데 등 눈독… 손보업계 시장판도 격변예고<br>매각 방침 발표 전부터 특정그룹 물밑 타진설도<br>매각가 최대 5,000억 예상


손해보험업계 빅4인 LIG손해보험의 매각 방침이 밝혀진 19일부터 시장의 관심은 온통 누가 새 주인이 될 것이냐에 쏠렸다. 삼성, 현대, 동부에 이어 시장 점유율 13.8%(9월 말 현재)로 업계 4위를 달리고 있는 LIG손보를 누가 차지하냐에 따라 업계 시장 판도가 일거에 바뀔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날 매각 방침 발표 이전부터 특정 그룹이 이미 물밑에서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금융에 속하는 보험업은 정부 허가 산업으로 신규 설립이 만만치 않은 데다 그동안 나온 매물은 기존의 중소형사들로 주인이 바뀐다 해도 그렇다 할 업계의 파급력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LIG손보는 업계 4위의 대형사인 데다 매물로 나온 구씨 일가 대주주 지분 물량이 20%에 그쳐 매각 금액도 4,000억원 안팎으로 그다지 부담이 크지 않다.

롯데그룹이 지난 2008년 업계 최하위사인 대한화재를 인수하며 손보업계에 뛰어들 때 투입한 금액이 2,900억원이었다. 여기다 1,000억원 안팎만 보태면 업계 4위의 대형사를 인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손보업계 안팎에서 탐나는 매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물론 누적되는 자동차보험 적자 등 보험업황이 좋지 않지만 은행ㆍ증권 등 여타 산업보다는 불황 정도가 덜하고 100세 시대 등 노령화를 맞아 다양한 질병보험ㆍ연금 등이 수요가 커지는 등 장기보험산업의 지속적 성장이 예상돼 이번 매각 과정은 물밑에서 치열한 입찰 경쟁이 예상된다.


구자원 LIG 회장 등 구씨 일가가 검찰에 밝힌 대로 2,100억원의 LIG건설 기업어음 투자자 피해 보상액을 연말까지 피해자에게 지급하려면 매각 주간사 선정 등 입찰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것도 매수자 입장에서 유리한 구도다. LIG 측은 매각 금액 및 기타 조건에 대해서도 "향후 매각 절차 진행 과정에서 결정될 예정으로 구체적인 진행 일정은 차후에 결정될 예정이나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처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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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ㆍ한화 등 기존 하위 손보사들은 대형사인 LIG손보를 인수할 경우에 단번에 상위사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인수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또 KB금융ㆍNH농협금융 등 금융지주사들도 은행에 편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다는 차원에서 인수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진투자증권의 서보익 연구위원은 "LIG손해보험을 포함한 2위권 손해보험사는 자기자본이익률(ROE) 15% 이상"이라며 "손해보험업은 금융업 중에서 최고의 고수익ㆍ고성장 산업"이라며 인수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금융지주사들은 HSBC 등 외국계와 손잡고 보험 시장에 진출하거나 금호생명 등 재정 위기에 처한 하위 보험사들을 인수하는 식으로 보험업에 진출했지만 미미한 시장 지배력, 기존 상위 보험사의 강세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실제 하나금융지주는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면서 보험 합작 파트너인 HSBC가 올 들어 철수했다. NH농협금융은 농협손보가 있지만 시장 존재가 미미해 LIG손보를 인수할 경우 일거에 대형 손보사로 발돋움할 수 있다.

범LG그룹이 과거 한 식구였던 LIG손보 인수에 나서면서 잃어버렸던 금융산업에 다시 진출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LG그룹은 2003년 카드 사태 등으로 카드 계열사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LG투자증권을 신한지주에 매각하는 등 현재는 금융계열사가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터에 과거 같은 그룹이었던 LIG손보를 다시 인수함으로써 금융사를 가질 기회를 노릴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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