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직원에 자상한 CEO가 뜬다

테러.경기침체속 밀어붙이기식 경영 퇴조유나이트 에어라인의 최고 경영자(CEO)였던 제임스 굿윈은 재직당시, 9.11 테러로 승객과 매출이 줄어들면 상당수가 해고될 수 있다는 경고성 편지를 전 직원에게 보냈다. 그러나 이것이 문제가 돼 결국 굿윈은 CEO에서 물러나는 처지가 됐다. 포드의 자크 내서 전(前) 회장 역시 밀어붙이기식 경영에 대한 자동차 판매업자, 소비자, 협력업체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결국 퇴임했다. 테러와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CEO들이 가져야 할 성격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지난 90년대에는 실적을 위해 직원을 과감히 해고할 수 있는 등의 강한 성격을 갖고 있는 CEO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외교관이란 별명이 따라 다닐 정도로 자상한 리처드 파슨스 AOL 타임워너 운영담당최고경영자(COO)와 같은 스타일이 각광 받고 있다. 기업관련 잡지인 코포레이트 라이브러리의 편집장인 네일 미나우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CEO 선택기준과 선정과정도 사이클을 탄다"며 "과거 성장국면에서는 불도저식 밀어붙이기에 능한 CEO가 많은 자리를 차지했으나 지금은 바뀌고 있다"라고 말했다.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던 90년대에 CEO들은 두자리 수 성장률을 약속하고 구조조정을 강력히 실시하고 대형 인수합병을 주도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리기만 하면 됐다. 그러나 최근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이 같은 성격의 CEO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바로 휴렛 패커드의 칼리 피오리나 회장. 그녀는 90년대 이와 같은 캐릭터로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추앙 받는 존재였다. 그러나 컴팩과의 합병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흔들리고 있고, CEO자리 유지를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래케시 쿠라나 교수는 "카리스마적인 리더로 대표되는 90년대전형적 지도자상은 이미 지나갔다"며 "앞으로는 저성장 국면에서 직원들을 다독거릴 줄 아는 CEO가 각광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2002년 상반기 상당수 CEO들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헤드헌팅 회사인 콘/페리 인터내셔널의 처크 와델은 올 1ㆍ4분기 많은 수 CEO가 교체될 것 이라고 밝혔다. LA타임스=본지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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