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석 수석무역 대표와 손잡고 동아제약 경영복귀를 시도 중인 유충식 전 동아제약 부회장이 한미약품과 동아제약의 합병 가능성을 시사해 동아제약 경영권을 둘러싼 강신호 회장측과 강 대표측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유 전 부회장의 발언은 지금까지 한미약품이 적대적 인수합병에 나선다면 강신호 회장 등 경영진과 함께 맞설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뒤엎는 것이다.
유 전 부회장은 21일 서울 논현동 수석무역 본사에서 강 대표와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국내 제약사들이 국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덩치를 키워야 한다”면서 “한미약품과의 합병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제약사간 합병은 향후 과제로 그렇게 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하면서 “(신약 개발의) 연구개발(R&D)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꼭 한미약품뿐만 아니라 다른 제약사와의 합병이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매출규모 1조원이 최소한의 국제 경쟁력을 갖추는 요건으로 보고 있다. 매출액의 10%를 R&D에 투자한다고 볼 때 연간 1,000억원 이상 투자해야 7~8년에 걸쳐 7,000억~8,000억원 정도 투입되는 신약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유 전 부회장의 이 같은 발언 배경에 대해 제약업계에서는 동아제약 경영복귀를 시도하는 강 대표측과 동아제약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통해 업계 1위 도약을 꿈꾸는 한미약품측이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고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지난 9일 강 회장을 만나 두 회사의 주식을 300억원어치씩 맞교환하자고 제안, 한미약품에 의한 동아제약 M&A설이 나돌았었다.
유 전 부회장과 강 대표는 이날 임 회장에 대해 “항상 자문을 받고 있으며 이번 사태에 대해서도 좋은 조언을 해주고 있다”고 밝혀 그동안 상당한 교감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유 전 부회장의 이날 발언에 대해 오는 29일 주총에서 한미약품을 우호세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러브콜’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강 대표는 이와 관련해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가장 존경하는 기업인 중 한 명으로 많은 조언을 듣고 있다”면서도 “유 전 부회장의 발언이 반드시 한미약품과의 합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동아제약측은 이에 대해 “경영권 장악을 위해 동아제약을 한미약품에 팔아넘기려는 시도”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동아제약의 한 관계자는 “한미약품 등과 같은 외부세력이 동아제약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할 경우 아버지(강 회장) 편에 서겠다고 한 강 대표가 이제 와서 한미약품과 연대 의사를 내비친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강 대표는 또 “주총 표 대결에서 승리해 경영에 참여하더라도 현 동아제약 경영진과 협력해 회사를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다만 강 회장의 4남으로 이복동생인 강정석 전무에 대해서는 “동아제약 영업본부장과 자회사인 동아오츠카 사장을 겸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며 “어느 쪽이 되건 한쪽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