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제주에서 최고경영자(CEO) 세미나를 갖고 지주회사 전환 이후의 그룹 경영전략을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최태원(사진) SK그룹 회장은 연말까지 지주사 체제를 안정시킨 후 내년부터 ‘뉴 SK’를 향해 새 출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어서 이번 세미나를 통해 마련될 ‘포스트 지주사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SK의 새 경영전략은 내년 초에 있을 그룹의 인사 판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1일 SK그룹에 따르면 22일부터 3박4일 동안 제주에서 개최되는 SK의 CEO 세미나는 ‘지주회사 전환 이후의 가치 창출 방안’을 주제로 최 회장을 비롯해 계열사 부회장 및 사장단 20여명과 주요 지주사 임원 등 10여명이 참석한다. 회의 명칭은 세미나지만 사실상 SK그룹의 신년 사업계획과 중장기 사업비전을 논의하는 자리다. 특히 SK에너지ㆍSK텔레콤ㆍSK네트웍스 등 주요 SK 계열사들은 이번 세미나의 주제에 맞춰 지난 7월 지주사 출범 이후의 새로운 경영전략을 최 회장에게 보고할 예정이어서 그 내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SK의 한 고위관계자는 “포스트 지주사 전략에 따라 내년부터 SK에 진정한 ‘최태원 회장 체제’가 열릴 것”이라며 “내년 2월쯤 연쇄적으로 단행될 사장 및 임원인사에도 이번 회의의 논의 결과가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 회장은 지난 2003년 SK 사태 이후 법적으로도 SK그룹 전체를 대표할 자격이 갖춰지기를 기다려왔으며 지주사 전환을 그 첫걸음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그룹은 4월 SK네트웍스의 워크아웃 졸업으로 최 회장이 SK 사태의 부채에서도 완전 회복한 데다 내년 초 정부가 바뀌면 새 지배체제를 확고히 할 기회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사불란한 그룹 체제보다는 계열사 간의 수평적 네트워크 관계를 중시하는 최 회장은 이번 회의에서 SK의 브랜드관리 전략에 대해서도 CEO들과 논의한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브랜드 관리에 있어선 최 회장이 ‘따로’보다는 ‘같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했던 최 회장은 23일 경협을 주제로 한 청와대 회의 참석차 잠시 귀경할 예정이어서 SK의 대북사업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이를 전후로 광범위하게 이뤄진다. 평양을 다녀온 후 “북한 방문이 인상적이었다”며 “대북투자를 연구해보겠다”고 밝힌 최 회장은 에너지와 통신 부문의 대북사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최 회장은 정상회담 수행 당시 “북한이 개발이 덜 됐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역발상만 잘하면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 SK, 호텔 통째 빌려 '철통보안' 제주에서 최고경영자(CEO) 세미나를 개최하는 SK그룹은 호텔 전체를 통째로 빌리며 보안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SK의 CEO 세미나가 열리는 제주 파라다이스호텔은 21일 모든 방과 회의시설의 예약이 24일까지 마감된 상태라고 밝혔다. 제주 파라다이스의 한 관계자는 "SK그룹이 세미나를 위해 22일부터 24일까지 전관을 모두 예약해 이 기간 동안은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귀포 정방폭포 부근에 위치한 제주 파라다이스는 정면이 바닷가를 마주보고 있어 출입구만 막으면 마치 작은 섬처럼 천연의 요새가 되는 지형에 자리하고 있다. 제주 파라다이스는 특1급 호텔이지만 전체 룸이 56개로 크지 않아 호텔을 통째로 전세내도 상대적으로 비용부담이 적다는 점도 고려됐다. 서울 워커힐호텔에서는 제주 파라다이스의 모회사인 파라다이스그룹이 카지노 사업을 벌이고 있어 SK와의 관계도 긴밀한 편이다. 2005년과 2006년 각각 중국과 베트남에서 CEO 세미나를 개최했던 SK그룹은 2004년에 이어 3년 만에 다시 제주에 집결해 그룹의 미래 경영 전략을 논의한다. SK 측은 대선 등도 앞둔 상황이어서 특히 보안강화에 신경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