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1월 11일] 신한지주, BBV사례서 배워라

민병권 기자(금융부) “신한금융지주가 지금 잘못 선택하면 BBV(방코 빌바오 비즈카야)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습니다.” 주요 경영진의 비리의혹과 갈등으로 신한지주의 경영정상화 방향을 놓고 한 대형 금융사의 임원이 기자에게 던진 이야기다. BBV는 산탄데르은행과 더불어 스페인 은행권을 대표해온 금융사다. 두 회사 모두 유럽에선 상대적으로 금융선진화 속도가 늦어졌던 스페인에서 굵직한 인수ㆍ합병(M&A)을 거쳐 대형 금융사로 거듭났다. 하지만 산탄데르은행은 우리나라 금융당국과 금융기관들조차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국제적 위상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BBV는 아직 ‘규모가 큰 유럽의 금융사중 하나’정도로 평가 받을 정도다. 사실 BBV가 산탄데르보다 훨씬 잘 나갔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금융의 정치적 외풍이 거셌던 스페인의 역사적 환경과 복잡한 지분구도에 기인한 경영진 내부간 갈등이라는 장벽을 헤쳐나가는 데 BBV는 산탄데르만큼 기민하지 못했다는 게 금융전문가들의 평가다. 요즘 신한지주를 바라보는 금융인들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군사 정권 하에서도 ‘정부 말을 가장 안 듣는 은행’으로 찍힐지언정 외풍 앞에 당당하고 내부적으로 탄탄한 조직력과 안정적인 경영구도로 대한민국 대표 금융기관으로 손꼽혔던 곳이 신한지주, 신한은행이었다. 그러나 최근 신한지주는 금융위기 이후 거세진 정치적 외풍 속에 경영진간 갈등까지 빚으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금의 신한지주와 BBV가 오버랩 되는 것은 기자의 지나친 기우일까. 최근 신한지주는 은행연합회장을 역임한 류시열 비상근 사내이사에게 회장 직무대행의 직함을 달아주었다. 사실상 비상경영의 전권을 외부인에게 맡긴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순혈주의에 집착할 때가 아니다. 외부인이건 내부인이건 일단 경영권을 일임했다면 전심전력으로 그의 경영에 힘을 모아줘야 한다. 어느 때보다 금융에 대한 외풍이 심한 지금 경영진과 주주들까지 분열한다면 BBV의 실수를 거듭할 수 있다는 지적을 되새겨 볼 때다. /newsroo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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