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결이 도대체 뭐야.”
교육과학부의 한 간부는 이달 초 한 모임에서 지식경제부에 근무하는 행정고등고시 동기생을 만나 이렇게 물었다. 마침 같은 자리에 있던 타부처 관료도 끼었다. “정말 어떻게 한 거야.” 지경부 간부는 조용히 엄지 손가락을 들며 말했다. “행정안전부를 누를 곳이 BH(청와대)밖에 더 있나. VIP(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야.”
이날 고위공무원들의 식탁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화제를 끈 것은 조만간 있을 지경부의 국(局) 조직 신설이었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며 출범과 동시에 5개 부처를 없애고 올해부터는 대국ㆍ대과(大局ㆍ大課)제를 시행하며 줄기차게 조직을 축소, 공무원을 압박해온 이명박 정부가 사실상 처음으로 외형 확대를 지경부에 허(許)했기 때문이다.
18부4처를 15부2처로 줄이며 닻을 올린 이명박정부는 올 들어 35개 중앙부처 및 위원회 조직을 대국대과 체제로 전환하면서 ▦교육과학부 10개과 ▦국토해양부 12개 과ㆍ팀 ▦공정거래위원회 4과ㆍ1팀 등을 감축했다. 부처별로 이름이 바뀌거나 신설된 과는 있었지만 폐지된 과ㆍ팀을 합칠 때 조직이 커진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이런 형편이니 지경부의 조직 확대가 선망의 대상이 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조직이 커지면 자리가 늘어나고 공무원의 최대 관심사인 승진의 기회가 많아진다. 지경부는 이번에 국장과 과장 자리가 하나씩 증가하는데 특히 전부처를 통틀어 이명박 정부 출범 뒤 순수하게 고공단 자리가 늘어나는 곳은 지경부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가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으며 탄생하는 조직은 ‘에너지절약추진단’. 산하에 ▦에너지절약정책과 ▦에너지관리과 ▦에너지절약협력과 등 3개과를 거느리고 이달 말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기존 에너지정책국의 에너지관리과가 넘어오고 다른 과 하나를 통폐합할 예정이어서 지경부 전체로 과는 하나만 늘었다.
이 대통령이 작은 정부의 원칙에서 잠시 한눈을 팔게 된 것은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무엇보다 ‘에너지절약’이 크게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지난달 국무회의 석상에서 이 대통령이 연달아 에너지절약대책을 강조하고 직접 전담조직 설립을 지시하자 작은 정부 만들기의 첨병역을 했던 행안부도 군소리 없이 지경부와 조직 신설을 위해 머리를 맞댔고 ‘국(局)’ 이상으로 한다는 데도 토를 달지 않았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자동차 연비 규제를 적극 강화한 것이나 산업계의 전기요금을 크게 올린 데에도 일정 이상 대통령의 의지가 작용했다” 며 “추진단이 만들어지면 에너지절약정책은 경제 전반에 걸쳐 강도 높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