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국제유가 고공행진 왜? 구조적 수급 불안이 장기 상승세 불지펴고성장 이머징마켓·투기적 수요 급증 불구산유국은 증산에 소극적 '공급 부족' 심화골드만삭스 "수개월내 100弗시대 올수도" 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국제 유가가 고공 행진을 지속하며 1배럴당 100달러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11월 선물 가격은 배럴 당 87.61달러까지 치솟았다. WTI는 장 중 배럴 당 88.20달러까지 치솟았다. 국제 유가 급등은 원인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에서 찾을 수 있다. 원유시장의 수급 불안은 일시적인 것이 아닌 구조적인 현상이며, 이에 따라 국제 유가가 장기적으로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원유 공급 부족의 원인은 무엇인가. 국제 원유시장의 공급은 석유수출국기구(OPEC)로 상징되는 산유국 카르텔이 주도하고 있다. OPEC가 결성된 1960년 9월 당시 국제 유가는 배럴 당 2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37년이 지난 지금은 배럴 당 88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그 동안의 인플레이션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무려 4,400%가 급등했다. 전세계 원유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OPEC이 생산량을 늘리거나 줄이면 국제 원유시장의 공급에 바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OPEC의 생산량이 글로벌 시장의 원유 수요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은 더욱 심화되는 추세다. OPEC 회원국들이 1ㆍ2차 오일 쇼크를 이후 원유 생산 설비 투자를 거의 늘리지 않은 까닭도 있지만 원유 가격이 하락세를 보일 때마다 감산 결의를 통해 국제 유가를 인위적으로 조절해 왔다. 미국의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OPEC이 증산하지 않을 경우 국제 유가 100달러 시대가 몇 개월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제프리 쿠리 골드만삭스 원유 담당 애널리스트는 "OPEC이 증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원유 재고량 감소세로 인해 유가가 연내 95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며 "만약 재고가 전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문다면 (원유시장의) 변동성은 확대되고, 유가가 100달러 이상으로 오를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등 남미 산유국들을 중심으로 한 자원 민족주의 물결과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인 미국의 정유시설 가동률이 예년 보다 낮아진 것도 국제 유가의 장기 불안 요인이다. 반면 국제 원유시장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글로벌 경제의 성장세와 함께 원유 소비량이 오는 2010년까지 연 평균 1.9%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중국ㆍ인도 등 이머징 마켓의 급속한 경제 성장은 에너지 자원에 대한 수요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2003년과 2004년 원유 소비량 증가율은 각각 12%와 16%에 달했다. 중국의 경제구조는 농업에서 제조업 기반으로 급속히 바뀌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원유 소비량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현재 에너지 소비 규모는 미국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중국이 앞으로 계속 고도성장을 유지하고, 산업화를 가속화된다면 미국보다 더 많은 원유를 소비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5년 이상 지속된 미국 달러화의 약세는 달러로 원유를 거래하는 산유국들로 하여금 증산을 꺼리게 하고 있다. 지난 3년간 달러화 가치는 유로화 대비 30% 가까이 하락했는데, 산유국이 동일한 달러 가격로 유럽에 기름을 판다면 30% 가격 손실을 입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OPEC 회원국들을 비롯한 산유국들은 유가를 끌어올리려고 한다. 달러 약세로 인한 손실 분을 감산을 통해 보전 받기 위해서다. 이란 등 몇몇 산유국들은 원유의 기준가격을 유로화로 바꾸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달러 약세는 투기자금을 원유 시장으로 끌어들인다. 헤지펀드들은 주식이나 채권은 물론 금ㆍ은 같은 귀금속과 비철금속, 그리고 원유 등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나타나 공격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서만 원유시장에 1,000억 달러 이상이 투기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파악한다. 최근에는 원유 가격이 장기적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일부 투자 펀드들은 원유 선물을 컴퓨터를 통해 자동으로 사고 파는 시스템 매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클락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헨리 클락은 "중국ㆍ인도 등 이머징 마켓 국가들의 원유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 급증할 것"이라며 "이제 유가 100달러 시대는 만일(if)이 아닌 언제 올 것인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 "자원 확보하라" 지구촌은 지금 총성없는 전쟁 원유·천연가스 선점 위해 외교적 협력·마찰 잇따라 대체에너지 개발도 활발 고유가 시대가 장기화하면서, 주요국들이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대체 에너지 개발도 붐을 이루고 있다. 원유ㆍ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한 외교적 분쟁 및 협력이 지구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미래의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한 우주 개발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최근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한 각국의 경쟁이 상징적으로 드러난 사건이 아프리카 수단의 다르푸르 분쟁이다. 지난 2003년 시작된 다르푸르 사태로 지금까지 20만 명이 숨지고 수백만 명의 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 해결을 위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세계가 각종 경제 제재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중국은 반대 입장을 밝히며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은 하루에 50만 배럴씩 원유를 생산해내는 수단 원유시설의 최대 투자자이자 소비자이다. 중국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 등 수뇌부들이 아프리카를 드나들며 차관 제공 등 각종 선심을 쓰며 자원 선점에 나서고 있다. 석유를 둘러싼 각국의 이해관계는 이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다. 각국의 자원 확보 전쟁은 러시아ㆍ베네수엘라 등 자원 민족주의와 맞물려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새로운 에너지 자원 개발을 위한 행보도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자원의 보고인 아프리카는 물론 멕시코 만 등에서 새로운 유전 개발 및 심해저 탐사, 나아가 달 개발 경쟁으로 확산되고 모습이다. 과거 달 개발 경쟁이 냉전시대 미국과 구 소련연방의 군사력과 기술상의 우위를 보여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지금은 미래의 에너지 자원으로 불리는 '헬륨3(Helium3)'를 확보하기 위한 자원확보 경쟁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지금의 추세가 지속되면 지구상의 대표적 화석 연료인 석유는 40년, 천연가스 역시 60년 정도면 고갈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 자원 확보 문제는 전 세계 모든 국가의 공통 관심사인 것이다. 미국과 러시아가 달 개발을 선점하기 위해 달에 유인기지 건설 방침을 밝힌 상태며 새로운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 그리고 일본까지 달 개발 경쟁에 가세했다. 중국은 올해 안에 달 탐사 위성인 '창어(嫦娥) 1호'를 발사를 앞두고 있으며 인도 역시 내년 4월 우주 탐사선 '찬드라얀 1호'를 발사 예정이다. 입력시간 : 2007/10/17 1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