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벌해체여부 IMF 권한밖의 일”/30대그룹 기조실장 발언요지

◎3대 더하기운동실천… 고통분담/지주회사허용 국내기업 보호를/자금시장 위한 초단기대책 절실/구조조정 과정서 감량은 불가피3일 30대 그룹 기조실장회의는 경제위기와 부도사태, 재벌해체설 등에 따라 그 어느때보다 긴박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실장들은 이날 자금대란에 대처하기 위한 초단기대책을 촉구하면서도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경제주체들의 뼈를 깎는 고통분담을 역설했다. 주요실장들의 발언을 간추려본다. ◇A실장=일부에서 제기된 재벌해체설은 IMF 고위관계자들이 공식적으로 발언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IMF는 금융시장의 정상화와 과다대출기업에 대한 경영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신속하고 과감한 경영자의 결단, 자원과 기술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한국의 고속성장을 주도했다. 경제난국의 책임을 대기업에 지우는 것은 정부의 책임회피다. 만일 경제성장과정에서 나타난 한국고유의 경영체제를 해체하라고 한다면 이는 IMF의 권한 밖의 일이다. 캉드시총재도 현 금융위기가 정부의 정책잘못과 실기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B실장=정부와 기업들이 남의 탓을 하며 공방전을 벌일 필요가 없다. 함께 힘을 모아 경제위기 극복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수출 더 하고, 일 더 하고, 달러 더 벌기 등 3대 더 하기 운동으로 IMF체제에서 조기에 졸업할 수 있도록 경제주체가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이같은 고통분담을 통해서 조기에 외화를 갚아 한국의 저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IMF가 요청한 국제화된 회계기준, 사외이사제, 사외감사제 등 경영투명성을 높이는 것은 경영선진화와 국제화를 위해 자율적으로 꾸준히 추진해나갈 것이다. ◇C실장=재벌해체는 없을 것이다. IMF의 대주주인 미국과 일본·유럽 등이 세계시장에서 엄청난 괴력을 발휘하면서 자국기업들을 위협하는 한국을 견제하기 위해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가하려는 측면이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의 저의를 면밀히 분석해서 대처해야 한다. IMF체제에선 대기업의 과거 경영관행이 통할 수 있는 여지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D실장=IMF가 요구하는 기업회계기준의 국제화, 투명화 등이 장기적으로는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기업들이 생존하기 힘든 절박한 상황에서 당장 시행하면 많은 부작용이 생기므로 정부와 재계가 충분한 협의해야 한다. IMF와 정부가 문어발식 경영을 비판하고 있지만 우리도 이젠 대기업을 옥죄는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 등 선진국은 지주회사를 허용하고 있다. 기조실을 통한 선단식 경영 등의 문제는 지주회사 설립으로 해결하면 된다. IMF시대에는 모든 것을 국제기준에 맞게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힘이 들겠지만 이 고통을 극복해야 가혹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F실장=지금 기업들은 눈물겨운 자구노력을 하고 있다. 주차증을 반납하고, 골프회원권을 매각하고, 교제비 등 각종 경비도 대폭 절감하고 있다. 하지만 IMF 합의각서를 이행하면서 9개 부실종금사에 대한 강제구조조정이 이루지는 등 전례없는 자금시장 마비로 부실기업은 물론 건전한 기업까지 무너지고 있다. 옥석을 가릴 것 없이 쓰러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정부의 초단기자금시장 안정대책이 시급하다. 이번 합의각서에 수입선다변화 철폐조항이 들어 있는데 이는 일본의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본다. 이 제도가 조기에 없어지면 일본의 자동차·전자제품이 우리시장에 본격 상륙, 국내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돼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G실장=정부가 재벌의 선단식경영을 문제삼으며 기조실임원과 총수에 대한 상법상 책임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 등 선진국처럼 지주회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지주회사를 허용, 외국기업의 적대적인 매수 합병에 대응한 국내기업들의 경영권보호를 위한 방어적 매수 합병도 허용해야 한다. 기업관련 각종 규제나 제도도 하루빨리 선진화돼야 한다. 부실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배제돼 큰 문제다. 이제 부실기업 처리는 매수합병방법으로 밖에 할 수 없게 됐다. 정부와 금융기관의 정책금융에 의존해서 연명하는 시대는 지났다. ◇H실장=이번 양해각서에서 외국인의 소유지분을 50%로 상향조정, 외국기업의 한국기업을 사냥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으로 본다. 이제 IMF체제의 열린 시장에서는 한국적인 법과 제도, 관행이 안 통하므로 모든 사고와 규범을 국제화해야 한다. 이번 합의내용에 대해 우리가 만족한다거나 불만스럽다거나를 따질 겨를이 없다. 불만스럽다고 거부하면 당장 국가경제가 부도난다. ◇I실장=상호지급보증제도를 개선하라는 것은 문제가 많다. 금융기관들이 대출시 우량계열기업의 지급보증을 요구하는 금융관행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이의 축소는 부실기업과 중소기업들의 연쇄도산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금융기관이 자율성과 독립성을 갖는다면 기업의 프로젝트에 대해 엄격한 평가를 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신용대출도 정착될 것이다 ◇J실장=구조조정과정에서 대규모 실업사태와 감량경영이 불가피하다. 고용불안을 어떻게 해소하는가가 커다란 사회적 이슈로 대두하고 있다. 정부는 실업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실직자의 재활용대책과 인력재배치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경제주체가 고통을 분담해서 난국을 극복해야 한다.<이의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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