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명동 간판 "문자 벗고 이미지 입다"

글자대신 대형그림·사진·입체조형물 사용매장 증가<br>감성중시 소비자 늘어 조화·미학 추구 경향 짙어져


명동이 새로운 이미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큼지막한 글자간판으로 건물 전체를 뒤덮었던 과거와는 달리 그림이나 사진, 입체 조형물을 간판으로 사용하는 매장이 점점 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스포츠캐주얼 매장 ‘휠라’(자사모델)를 비롯한 ‘스프리스’(탤런트 김희철), 화장품 브랜드숍 ‘미샤’(가수 보아), ‘더페이스샵’(탤런트 권상우), 액세서리 전문숍 ‘로이드’(자사모델), ‘삼성패션’(자사모델) 등 명동 중앙로에 위치한 대부분의 매장들이 대형사진 외벽간판을 경쟁하듯 내걸고 있다. 대신 글자가 들어간 간판은 없어지거나 보일 듯 말듯할 정도로 작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대형사진들은 접착시트에 특수용액인 솔벤트를 이용, 사진을 출력해 만든 것. 이밖에도 월드컵용 대형 현수막에 주로 쓰였던 네코천, 와이드필름 등이 외벽용 사진간판에 사용되고 있다. 스프리스 매장에 걸린 가로 7.5m, 세로 7.3m 크기의 대형 간판을 제작한 대산애드 관계자는 “최근 명동을 중심으로 대형사진을 외벽간판으로 쓰는 매장이 늘고 있다”며 “기존 간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저렴하고, 고객 유도효과가 커 여러 건의 제작의뢰가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문자는 작게, 이미지는 크게 만드는 조형물을 부착하거나, 건물 전체를 간판화 시킨 이색매장도 있다. 신발 브랜드숍 ‘레스모아’는 노란색 펠리컨 모양의 조형물이 붙어있는 간판을 선보여 고객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레스모아 관계자는 “펀(fun)마케팅의 일환으로 펠리컨을 마스코트로 한 이색간판을 만들게 됐다”며 “사진을 찍으러 일부러 매장에 들르는 고객들도 많아 매출 이 경쟁매장보다 50%는 많다”고 귀띔했다. 아디다스는 로고간판을 아예 없애버리고 매장 외부를 검정색 바탕에 흰색 줄무늬 3개가 들어간 컨셉트로 바꿔버렸다. 매장 외벽을 이미지 광고판으로 사용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말이다. 여기에 아식스와 나이키가 8월 오픈을 앞두고 리뉴얼을 진행중이며 에스콰이어도 오는 9월을 오픈 예정일로 잡고 대대적인 인테리어 작업에 들어갔다. 에스콰이어 인테리어 담당자는 “브랜드 로고를 최대한 작게 하는 대신, 물결모양의 쇼윈도나 입구 천정으로 휘어져 들어가는 이색간판 등을 사용해 예술적인 감각이 살아있는 외관을 꾸밀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무질서한 매장간판을 비판하는 내용의 ‘도시, 공간, 생활세계’의 저자 김왕배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감성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커다란 문자간판으로 자기 것만 알리려던 자본주의의 상업주의가 이제는 공존과 조화, 미학을 추구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패션연구소 관계자는 “최근 명동 상권이 살아난데다 월드컵 이후 대형 외벽간판이 유행하면서 명동이 또다시 이미지 광고의 격전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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