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볼만한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현실과 가상, 그 기묘한 경계선 장선우감독과 모델 임은경, 그리고 현실과 가상세계를 넘나드는 게임을 소재로 한 인터렉티브한 액션영화라는 장르, 그리고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라는 제목까지. 제작전부터 이 영화는 너무도 많은 호기심과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고, 시간이 갈수록 영화는 더 많은 얘기거리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실제로도 영화는 적지않은 난항을 겪었다. 1998년 처음 기획되었던 영화는 56억원이었던 예산에서 100억원에 가까운 92억원이상으로 불어나고, 6개월로 예정된 촬영은 14개월로 늘어났다. 4년이 넘는 긴 시간의 장고끝에 태어난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제작 기획시대)이 13일 선을 보인다. '액션신비극'이라는 장르를 내건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각종 컴퓨터그래픽작업을 통해 보여지는 변화무쌍한 액션의 쾌감보다 장선우식 치기미학에 비중을 두고 있다. 보고 나면 뭘 얘기하는 것인지 와닿지 않고 '매트릭스'나 '아바론'등의 액션모방과 새로운 모양의 시공간등의 화면만 머리속에 가득하다.액션도 서스펜스와 리듬감이 떨어져 씁쓸하다. 이 영화의 타이틀 화면은 작품의 전체를 말한다. 펑펑 눈이 쏟아지는 겨울밤. 한파가 몰아치는 도시에 라이터를 파는 소녀가 나타난다. "라이터 사세요. 라이터요" 목소리마저 얼어붙어 떨어지지 않건만 사람들은 소녀를 외면한다. "아가야, 그런 장사말고 먹는 장사를 해봐" "라이터 두개 사줄게. 네 몸을 주지 않으련?" 춥고 배고픈 소녀는 쓰러지지만 이곳에 자비심이 숨쉴 자리는 없다. 거듭된 외면과 냉대에 지친 소녀는 따뜻한 꿈을 꾸며 얼어죽는 동화 속 성냥팔이 소녀와 달리 라이터의 부탄가스에 취해 숨을 거둔다. 영화의 모티브가 됐던 김정구감독의 시가 바늘 튀는 소리까지 선명한 LP판의 옛 노래 '목포의 눈물'과 어우러진다. 중국집 배달원 주(김현성)는 게임에 미쳐 살면서 게임방 아르바이트생 희미(임은경)에도 빠져 있다. 어느 늦은 밤 희미를 닮은 소녀로부터 라이터를 산 주는 무심코 라이터에 새겨진 번호로 전화를 걸자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에 접속하시겠습니까?"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게임의 목적은 성냥팔이 소녀를 납치나 살해 기도로부터 구해낸 뒤 행복한 죽음을 맞게 해야 한다는 것. 희미의 싸늘한 태도에 질려 말 한번 제대로 붙여보지 못하던 주는 게임 속에서나마 사랑을 나눠보기 위해 접속을 시도한다. 그러나 가상현실에서는 만만치 않은 상대들이 기다리고 있다. 5인조 양아치는희미의 몸을 탐하고 조직폭력배 비련파는 그를 납치해 이용하려 한다. 트렌스젠더전사 라라(진싱)가 오토바이를 탄 채 허공을 누비며 이들과 맞대결을 벌이지만 쉽게승부가 나지 않는다. 게임은 점차 '레벨 업'되면서 액션의 강도와 긴장감을 높여간다. 겁에 질린 표정으로 난투극과 총격전을 지켜보던 주도 기관총을 신나게 갈겨댄다. 그러나 문제는주가 시스템의 규칙을 어기고 희미와의 완전한 사랑을 이루려는 것. 이를 눈치챈 시스템 운영자들은 주를 바이러스로 간주해 제거에 나선다. 이 영화의 엔딩은 2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게임 오버'로 끝나는 우울한 버전이고 다른 하나는 '유 윈'으로 끝나는 해피엔딩이다. 게임이 끝나면 다시 자장면 배달에 나서야 하는 주. 장선우는 실재이든 가상이든 다시 세상과 싸워야 하는 버거운 우리네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박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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