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베스트셀러 조작, 공정위가 막아야

돈으로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출판업계의 고질병을 추방하자는 기치 아래 중소 출판업자들이 뭉친다. 중소 규모의 출판인들이 다음달 20일 중소출판협회를 창립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미 두 개 이상의 출판단체가 있는 마당에 새로운 직능단체가 결성되는 것은 사재기를 통한 베스트셀러 조작으로 영세 출판업자들이 고사할 지경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설령 중소 출판인들의 촉구가 없었더라도 출판 비리는 반드시 근절돼야 할 중대사안이다.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30% 정도였던 전체 단행본에서 베스트셀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65%선까지 뛰었다. 사재기를 통한 조작이 만연했다는 얘기다. 이는 가장 나쁜 유형의 불공정행위에 속한다. 이윤 극대화와 독과점 행위의 상업적 목적은 다른 불공정거래와 유사하지만 출판업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결정할 지식 축적과 학문 전파의 도구이기에 적발될 경우 강력한 제재가 따라야 한다.

관련기사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출판사들과 온라인 유통업체들에 의한 사재기와 유사 사재기 현상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올해에는 유명 작가들의 절필 선언이 잇따랐지만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처음으로 온라인 출판물 유통사 4곳에 징계와 과태료 처분을 내렸지만 나아진 게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의원입법으로 관련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지만 정쟁으로 심의조차 못한 채 잠자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현실적으로 출판시장을 정비할 수 있는 곳은 공정위뿐이다. 단순히 전자상거래 위반 여부를 확인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불공정거래와 소비자 보호, 미래 성장동력 훼손 방지 차원에서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 사재기를 통한 베스트셀러 조작은 이렇다 할 내용도 없는 빈껍데기 베스트셀러를 양산하고 책에 대한 불신을 키워 출판시장을 더욱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야기하기 마련이다. 일부 대형 출판사와 유통업체의 이익만을 위해 사회가 공유해야 할 지식이 왜곡되고 영세업자들이 도산하는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 우리 사회를 이루는 기본가치를 위해서도 정부가 나서서 베스트셀러 조작을 끊어내야 한다. 공정위는 사명감을 갖고 조사에 착수하기 바란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