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헤지펀드 쇄국정책은 버려야

“헤지펀드에 대한 한국의 반응은 조선시대 쇄국정책을 방불케 한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아시아 헤지펀드 콘퍼런스’에 만난 헤지펀드 관계자의 말이다. 자산 규모가 1조7,000억원으로 세계 11위의 헤지펀드라고 회사를 소개한 그는 “많은 헤지펀드들이 한국 진출을 노리고 있는데도 한국은 헤지펀드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없다”면서 “이에 대해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한국은 단지 헤지펀드가 해먹기 좋은 시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국내 투자자들은 ‘헤지펀드’라는 말만 나오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단지 한국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는 투기적인 단타 세력쯤으로만 여긴다. 외환위기의 주범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증시가 급등락하면서 변동성이 커지게 된 원인을 헤지펀드의 단타 매매로 몰아가려는 분위기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1조5,000억달러(1,500조원)에 달하는 헤지펀드시장에서 이 같은 투기 성향의 헤지펀드는 소수에 불과하다고 헤지펀드 관계자들은 말한다. 오히려 보수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용되는 것들이 훨씬 많다는 얘기다.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퍼스 등 대형 기관 투자가들도 헤지펀드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서는 아시아 지역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도 급성장하고 있다. 현재 약 850개의 헤지펀드들이 총 1,000억달러(100조원)의 자금을 아시아에서 운용하고 있다. 아직 한국은 헤지펀드가 운용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미미해 총 3조원 규모의 헤지펀드 10여개가 활동하고 있지만 최근 한국 진출을 타진하는 헤지펀드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문제는 한국은 이에 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더 솔직히 말하면 정보를 받아들이려는 자세 자체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을 넘보는 헤지펀드들의 공세를 막아내기 위해서는 헤지펀드의 매니저와 규모, 자산 배분 및 위험 관리 전략 등 실체를 정확히 인식하고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또 헤지펀드의 좋은 점을 수익률 제고에 적극 활용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적을 알아야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 굳이 구한 말 쇄국정책의 실패까지 운운하지 않더라도 IMF 외환위기나 론스타 사태와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헤지펀드에 대한 실체를 제대로 아는 게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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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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