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정말 '프로'가 되려면

어린아이를 둔 엄마로서 정치를 하는 일, 참으로 쉽지 않다. 여성이 일을 하는 데 세 고비가 있다고 한다. 결혼, 출산과 육아, 그리고 아이가 아플 때다. 의사인 필자의 친구 역시 열이 펄펄 나는 자기 아이를 두고 병원에 출근해야 하는 어느 날 ‘이게 아닌데. 아이를 낳았으면 책임을 져야지’ 하며 눈물을 삼키며 사표를 냈었다. 지금은 다시 현업에 복귀했지만 그녀의 고통은 아이 가진 엄마로서 누구나 겪는 일이다. 정치에 들어온 지 2년 반, 한마디로 집안 꼴이 말이 아니다. 그러나 ‘독립 운동’하듯 눈을 질끈 감고 이를 악물고 일하고 있다. 무엇보다 어린 아들에게는 협박 수준의 ‘지침’을 전달하고는 한다. “네 인생은 네가 알아서 해야 해. 엄마는 밖에 나가서 이 세상 많은 아이들을 위해 일하고 있어. 그러니까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해야 해. 그리고 되도록 아프지 말아. 너를 간호해줄 시간이 없어. 그러니까 학교 갔다 와서 손 꼭 씻고 이 닦고, 네 건강은 네 책임이야.” 아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나쁜 엄마’는 함께 고개를 끄덕이지만 속마음은 쓰리다. 지난 추석 전에 아이가 감기에 걸렸다. 도저히 병원에 데리고 갈 형편이 안됐다. 아이에게 말했다. “너 이제 다 컸지? 혼자서 병원 갈 수 있어. 엄마도 네 나이에 그랬어. 의료보험증 가지고 동네 소아과에 혼자 가봐. 선생님한테 어디가 아픈지 다 이야기하고, 응?” “그래 엄마, 나 혼자 갔다 올 수 있어.” 아이는 씩씩하게 말했다. 그리고 병원을 잘 다녀왔고 주사도 맞고 약을 탔다는 전화를 했다. 다 컸네, 하면서도 마음은 쓰렸다. 추석 연휴 동안 아이는 시름시름 앓았다. 그리고 연휴가 끝날 즈음 “머리가 깨지는 것처럼 아프다”고 했다. 그제서야 심상치 않아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더니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이라고 했다. 의사 선생님은 필자를 보고 딱하다는 듯이 말했다. “감기를 그냥 둬서 이렇게 됐어요. 그래도 세균성이 아니어서 다행이네요.” 핼쑥한 아이의 얼굴을 보며 참으로 많은 반성을 했다. 병실에서 함께 잠을 자고 많은 이야기를 했다. 일하는 엄마의 사정에 따라 어린 나이에 ‘내 인생 내 책임이다’며 씩씩하게 살아온 아이는 모처럼 ‘또래 아이’가 됐다. “지난번 내 생일 파티 때 엄마가 왜 안 오냐구 애들이 그랬어.” “그래, 미안.” “딴 아이들 엄마는 다 오는데, 나도 엄마가 끝쯤에 오지 않을까 기다렸는데….” “다음 생일 때는 엄마가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있을게.” 하기는, 존 F. 케네디의 아버지는 아이들의 동네 야구 모임이나 생일 파티 등 모든 모임에 그 바쁜 사업과 정치를 하면서도 빠짐없이 참석했다고 한다. 그리고 보통 아빠들이 중간에 자리를 떠도 조지프 케네디는 게임이 끝나고 애들 파티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고 한다. 아마추어 정치인인 엄마로서 프로페셔널 정치인을 떠올리며 반성을 거듭했다. 진정 프로는 ‘기본’에 충실한 것이다. 아이야말로 내 삶의 기본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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