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5월 24일] '한국 노동운동 온건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동운동이 온건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외국 언론의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국가 이미지는 물론 기업환경 평가 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영국의 경제전문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변화하는 한국의 노동조합' 제하의 기사에서 노조 가입률 감소,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 제도변화, 제3 노동단체 출현 및 민주노총 세력 약화 등 우리나라 노동운동에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움직임을 자세히 보도했다. 실제로 이런 변화는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민주노총의 강경투쟁에 염증을 느낀 단위노조의 탈퇴가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인 강성노조로서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벌이던 현대차 노조도 온건노선의 새 지도부가 들어서며 민주노총과 거리를 두고 있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규정한 새 노조법 시행과 함께 자율적으로 전임자 축소 움직임을 보이는 노조도 나오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투적인 노조와 후진적인 노사관계는 외국인 투자는 물론 국가경쟁력 제고에도 최대 걸림돌이 돼왔다. 외국 기업들에 한국진출의 애로사항을 물으면 언제나 강성 노동운동이 첫 번째로 꼽히고 국가경쟁력 조사에서 노사관계는 만년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58개국 중 23위를 기록해 지난해보다 4단계나 높아졌지만 노사관계 분야는 여전히 꼴찌를 기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두고 "노조의 호전적 태도는 여러 해 동안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줬고 이는 아마도 불안정한 북한에 대한 두려움과 맞먹는 수준이었다"며 강성노조가 20년 동안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은 족쇄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노동운동을 북한 문제라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같은 정도의 부정적 요인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처럼 뿌리 깊은 불신을 가진 외국인의 눈에 한국 노동운동이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은 고무적이다. 일단 전환점을 맞은 노사관계 개선이 계속 확산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사관계가 선진화하면 외국인 투자가 활성화돼 일자리가 늘어나고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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