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옛 기아차 계열사인 위아ㆍ본텍 등을 인수하면서 왜 윈앤윈21 등 기업구조조정회사(CRC)를 활용했을까. 정의선 기아차 사장 등 정씨 일가의 그룹 지분 확대의 중간다리 역할을 한 CRC들의 출현 배경과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당초 윈앤윈21ㆍ큐캐피탈파트너스 대표 등 체포한 3명의 CRC 핵심 관계자 중 일부 구속 가능성을 시사했다가 6일 전원 풀어줬다. 이와 관련, 검찰 안팎에서는 체포된 CRC 관계자가 불구속을 전제로 위아 등의 부실채권ㆍ주식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의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시인함에 따라 일단 풀어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할 당시 현대차그룹의 수직 계열화작업에 대해 자문을 했던 모 법조계 인사에 따르면 현대차는 당초 위아ㆍ본텍ㆍ카스코 등 기아차 부실 계열사를 곧바로 기존 현대차 계열로 편입시키려 했지만 출자총액제한 규정과 자금사정 부족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안으로 생각한 것이 윈앤윈21 등 CRC를 통해 위아 등 부실 기아차 계열사의 주식ㆍ채권을 인수하는 우회방법을 택했다는 것.
처음에는 윈앤윈21이 주식ㆍ채권을 인수하고 다시 큐캐피탈파트너스가 넘겨받는 등 다단계를 거쳐 결국 현대차 계열로 편입됐다. 이 과정에서 기아차 계열사는 출자전환ㆍ감자 등을 거치며 철저히 정 사장을 포함한 정씨 일가가 대다수 지분을 소유한 계열사로 재탄생했다.
법조계 인사에 따르면 이들 구조조정회사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현대차그룹의 비자금 조성을 도와줬을 것으로 분석했다. 구조조정회사가 예를 들어 100억원짜리 기아차 계열사 화의채권을 7억~8억원에 사들이고 현대차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회사가 정상화하면 100억원짜리 채권을 현금화시켜 이중 상당 부분이 현대차 비자금으로 흘러들어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하나는 주가상승을 통한 비자금 조성이다. 이들 계열사가 정상기업으로 거듭나면서 주가가 많게는 10배 가까이 뛴 점을 감안할 때 주가 차익분 중 상당수가 현대차 비자금으로 할당됐을 가능성인 높다는 것이다. 구조조정회사들은 이밖에 현대차의 역외펀드 자금으로 국내에서 펀드를 만들어 현대차 계열사의 지분을 사들이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 법조계 인사는 “부도나 화의 상태였던 기아차 계열사는 기아차가 현대차에 인수되면서 현대차가 부품 물량을 몰아줄 것이 확실했기 때문에 정상화될 것이 뻔했다”며 “이 같은 점을 활용해 정씨 일가가 이들 계열사의 증자에 참여하면서 지분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비자금을 챙겼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