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북 권력 민간이양 토대 만드는 게 문학이 할 일"

신작 '판문점' 펴낸 월남작가 이호철


"북한의 독재 체제를 비판할 것이 아니라 권력을 민간에 자연스럽게 이양하도록 그 토대를 만들어가는 게 바로 문학이 해야 할 중요한 책무입니다."


월남 작가로 유명한 소설가 이호철(81ㆍ사진)이 10일 자신의 대표작 '판문점(1961)'과 최근 완성한 속편 '판문점2'를 묶은 '판문점(북치는마을)'의 출간기념 간담회에서 "북한 지도부에 그들의 후손들이 우리처럼 '백성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야 한다"며 남북한 문학계의 역할에 대해 이같이 당부했다.

관련기사



그는 50여년이 지나 속편을 쓰게 된 동기에 대해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후 장례 과정을 지켜보면서 받은 충격 때문"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남과 북이 서로 만나 교류하고 소통하는 것인데 3대 세습으로 이어진 북한 체제를 보면 참으로 암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한이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세습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4대, 5대까지 세습이 이뤄지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판문점'은 1960년대 주인공인 진수가 외국인 기자들과 판문점에 만난 북측 여자로부터 느낀 동질감과 이질감을 그린 단편으로 분단소설의 대표작이다. '판문점2'에서는 4ㆍ19혁명부터 5ㆍ16 군사정변까지 사회적 상황과 작가의 사적 상황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판문점'을 발표했던 1960년대를 지금과 비교할 때 남북관계는 더욱 나빠졌다고 지적하는 그는 "당시 해방된 지 십수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북측 여기자와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었다"며 "현재 남북관계는 물류 등 경제교류는 늘었지만 실질적인 소통은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으니 관계가 더욱 나빠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작가는 이어 "북한이 군주정으로 전락했다는 비판과 하루하루의 살림살이를 도외시해 국민이 비참한 지경에 이르게 했다는 비판을 담으려 애썼다"며 "백낙청ㆍ황석영 등 남측 문인들의 글에는 북한 현실에 대한 냉정한 인식이 빠져 북한 출신인 내가 볼 때는 부족한 게 많다"고 지적했다.

1932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출생한 이 작가는 1950년 인민군으로 참전한 뒤 국군에 포로로 잡혔다 풀려나 그 이듬해 월남했다. 이후 1974년 문인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투옥되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겪으면서도 분단 문제에 천착해왔다.


정민정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