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 스티븐슨 크레딧 스위스 이사와 데이비드 전 아틀라스캐피털 회장은 본지 창간 47주년을 맞아 가진 대담에서 동아시아등 신흥국으로 글로벌 자금이 지속될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하지만 이들은 글로벌 경제에 대해 많은 분야에서 의견을 달리했다. 전 회장은 “글로벌 경제는 불균형 신호를 보내고, 과잉 유동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해외 중앙은행이 미국 채권 보유를 줄이거나 처분할 경우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스티븐슨 이사는 “세계 경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제어되는 가운데 견고한 성장을 이어가는 등 골디락스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낙관론을 피력했다. 이들은 뉴욕 맨해튼 매디슨 애비뉴의 그레딧스위스 미국 법인 본사에서 만나, 먼저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전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스티븐슨=국제경제 시스템에 충격이 올 가능성이 있지만, 글로벌 경제의 기초여건(펀더멘털)이 아니라 금융시장 내부문제에서 비롯될 것으로 봅니다. 경제 펀더멘털은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대단히 긍정적이고 견고한 신호를 나타내고 있지요. 앞으로 채권동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등 선진국은 물론 중남미 등 이머징마켓 경제가 동반 호조를 보이면서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는 대세로 굳어질 겁니다. ▦전=제 생각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글로벌 경제는 불균형 신호를 보이고, 안정과 혼란의 교차로에 놓여 있습니다. 미국 국채 등 채권시장은 미국 내부수요가 아니라 해외수요에 의해 유지되고 있지요. 해외 중앙은행과 투자자들이 과거와 같이 미국 채권을 사들일지는 의문입니다. 만약 해외 투자자들이 채권수요를 줄이거나 기존 보유량을 처분한다면 미국 국채는 저금리기조를 탈피해 상승하고, 미국 경제에 위험부담이 될 겁니다. 결국 해외자본의 미 국채 매입으로 지탱된 채권시장 시스템에 균열조짐이 보이면서 불균형과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스티븐슨= 앞도 언급했지만, 글로벌 경제는 극히 안정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요. 선진국은 물론 이머징마켓도 마찬가지죠. 중남미는 활발한 성장을 보이고 있고,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경제도 놀라운 성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소비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미국 경제가 이머징국가의 제품을 사들이는 구매력을 갖추지 않다면 이머징국가의 경제성장도 유지하기 힘들겠지요. 신흥 경제가 거침없는 성장을 이어간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높다는 것을 반증하는 겁니다. 세계 경제는 물가압력이 억제된 가운데 견고한 성장을 이어가는 골디락스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봅니다. ▦전=신흥국 경제는 펀더멘털 측면에서 역사상 가장 견고한 상태입니다. 자신들의 경제현실을 감안해 다양한 경제정책과 통화정책을 펼치면서 경제개혁 실험을 하고 있으며, 가장 큰 문제인 인플레이션을 잘 제어하고 있지요. 이는 경제성장의 가장 큰 버팀목이라고 봅니다. 신흥국의 통화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70~80년대만 하더라도 이들 국가 통화는 달러화와 쉽게 교환이 되지 않는 소프트 통화였지만, 지금은 경제성장으로 선진국 통화와 쉽게 교환이 되는 하드 통화가 됐습니다. 달러나 유로, 엔이 아니어도 뉴욕 금융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지요. 이머징국가의 통화지위 변화가 글로벌 투자자들의 소비, 투자행태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죠. 데이비드 전 회장
외국 중앙銀 美채권 처분 세계경제 큰 충격 줄수도
신흥국 펀더멘털 좋아 자금 유입은 지속될것 스티븐슨 이사
인플레압력 적고 성장 견실…글로벌 경제 골디락스 양상
美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금융시장 충격 제한적일 것 ▦스티븐슨=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시한폭탄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있지만,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주택을 담보로 유동화증권이 만들어졌고 다양한 헤징 기법이 적용되는 등 모기지 시장은 아주 복잡합니다. 솔직히 말해 파장과 그 충격파를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거시경제를 뒤흔들만한 후유증을 가져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서브 프라임 부실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헤지펀드 업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데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전체 모기지 관련 유동화증권에서 서브 프라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많지 않으며 나머지 자산의 내재가치는 여전히 높은 편입니다. 다른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봅니다. ▦전=저는 상황을 다소 비관적으로 봅니다. 글로벌 유동성 과잉은 인정해야 하며 특정 금융자산의 가격은 거품이 끼어 있습니다. 앞으로 2~3년 이내에 연착륙에 성공할지, 갑작스런 붕괴로 연결될지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가격조정 과정에 들어갔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시장위험이 없다고 자신하지만 저의 눈에는 위험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습니다. ▦스티븐슨=미국 달러가치는 안정돼 있습니다. 미국의 대규모 경상 적자를 이유로 달러가치 급락을 분석하는 견해가 있는데 저는 동의하지 않아요. 반대로 해외자금이 미국으로 몰려들고 있고, 미국과 다른 선진국간 금리차이가 확대되면서 오일달러를 비롯한 세계 자금이 미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현재와 같은 자금흐름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따라 달러하락의 속도도 완만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전=계속 의견이 엇갈리네요. 미국이 늘어나는 부채를 충당하기 위해 채권을 과다하게 발행하면 투자자들의 매수여력도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중국이 정부차원에서 달러자산을 다변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다른 중앙 은행들도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할 태세입니다. 미국과 다른 선진국간 금리차이 확대 등을 감안할 경우 달러약세는 대세로 굳어질 것이며, 글로벌 금융시장 환경에 따라서는 가파르게 하락할 위험도 있습니다. ▦스티븐슨=미국과 여타 국가간 금리차이 확대전망에 대해서는 같은 의견입니다. 유럽의 경우 올해 기준금리가 4.5%까지 오르고, 일본도 향후 24개월 이내에 6개월마다 금리인상 조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미국의 경우 주택경기 둔화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이 통화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인플레이션 차단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만큼 상당기간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가간 금리 스프레드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스티븐슨=미국 경제는 과거 몇 분기 동안 미국 주택시장 둔화와 함께 시설투자 감소 등으로 조정과정을 거쳤지만 지금은 재반등에 성공했다고 봅니다. 앞으로 완만한 성장을 이어갈 것이며 잠재성장률인 3%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전= 미국 경제가 어찌됐든, 미국뿐 아니라 여타 선진국으로부터 신흥국으로의 자금이동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는 글로벌 사이클인 동시에 신흥국 펀더멘털을 반영한 것이지요. 이들 국가의 내수소비 여력이 높아진 것이 가장 큰 매력이며, 앞으로 자본흐름은 이어질 겁니다. ▦스티븐슨= 공감합니다. 중국ㆍ인도ㆍ동유럽 등 이머징국가의 펀더멘털은 놀라울 정도로 개선됐습니다. 제조업뿐 아니라 금융, 서비스 분야도 큰 성공을 거두었죠. 이머징국가로의 자금흐름은 지속될 것입니다. 데이비드 전 회장은 62년 서울 출생으로 75년 미국으로 이민,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쳤다. 민간 조사 기관인 컨퍼런스보드 국제분석가,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 이사 등을 거치면서 20년 가까이 뉴욕 월가를 대표하는 투자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다. 2002년~2006년 헤지펀드인 디스커버리캐피털매니지먼트를 설립해 유럽,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에 주로 투자했으며, 지난해부터 아틀라스캐피털매니지먼트를 설립했다. 세계 경제는 물론 한국경제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처방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스티븐슨 이사는 64년 노르웨이 보스 출생으로 미국 뉴햄프셔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를 마쳤고 영국 런던의 명문 LSE(London School of Economics)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투자 회사인 도날드슨시큐리티에서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으며 2000년 투자은행인 크레디트 스위스에 합류했다. 그녀는 국제경제 분석업무를 총괄하고 있고, 100여개의 크레디트 스위스 기업 고객들에게 경기동향 분석자료와 리포트를 정기적으로 제공한다. 현재 전미기업경제학협회(NABE) 멤버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