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의 한국과 1980년대의 중국, 두 시점과 공간을 가로지르는 지점에 '자본'이 있다. 한 쪽은 자본이 지배하는 세상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다른 한 쪽은 자본이 지배하기 직전의 세상에서 '순수'를 좇는다. 소설가 박범신이 쓴 '비즈니스'와 중국의 여성작가 장윈이 쓴 '길 위의 시대'가 함께 출판됐다. 한국의 출판사'자음과 모음', 중국의 계간지 '소설계', 일본의 '신조'가 함께 기획한 '문학 교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출간된 이 두 작품은 지난 8월부터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연재됐다. 박범신이 펴낸 소설 '비즈니스'는 제목처럼 삶을 '비즈니스'로 본 현대 사회의 모습을 그렸다.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로 나뉘어 삶도 분리된 'ㅁ' 시에서 자식의 과외비를 벌기 위해 몸을 팔게 되는 30대 주부 '나'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박범신은 "현재진행형으로 맞닥뜨리고 있는 삶의 사회구조적 문제들을 '문학판'에서 오히려 유기시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우리네 삶을 몰강스럽게 옥죄는 전세계적 '자본의 폭력성'에 대해 문학은 여전히, 그리고 끈질기게 발언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한다. 스스로를 '변방 작가'라 칭하며 사라져가는 아름다운 것들에 집중해 작품을 집필하는 중국 작가 장윈은 '시'의 낭만으로 충만했던 중국의 1980년대를 그린다. 현실 도피의 언어 '시'를 통해'순수'를 좇고자 했던 세 젊은이의 삶을 비춘다. 장윈은 "그때는 현실이 우리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 격리돼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있었다" 며"어쩌면 이 소설을 통해 나의 80년대에 경의를 표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고 전했다. 각 1만 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