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국가통제 강조 속 점진개혁 나설 듯… 민심 달래기 과제로

푸틴 3기 체제 전망<br>경제분야선 에너지 등 기간산업 외자 진출 불허<br>부정선거 의혹 등 난관 "임기 못 채울것" 관측도

4일 치러진 러시아 대통령선거에서 예상대로 여당 후보인 블라디미르 푸틴 현총리가 60%를 넘는 득표율로 당선됐다. 푸틴은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5일 발표한 개표 결과 64%가량을 득표하며 3선에 성공했다.

푸틴은 투표 종료 후 모스크바 크렘린궁 옆 광장에 몰려든 10만명이 넘는 지지자들 앞에서 자신의 '완전한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연설 도중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투표 결과만 보면 러시아 유권자들은 푸틴이 내세운 '안정과 강한 러시아 건설' 주장을 선호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푸틴에게 대적할 후보가 없었고 푸틴의 장기집권에 반대하고 민주화를 요구하는 열기가 거세지고 있다는 점에서 오는 5월 정식으로 3기 체제(2012~2018년)에 들어서는 푸틴 정부는 어느 때보다 큰 부담을 안게 됐다.

◇기존 '주권민주주의' 유지 속 일부 개혁 나설 듯=집권 1ㆍ2기 때와는 대내외 환경이 바뀌었지만 푸틴은 기존 핵심 통치철학이었던 '주권민주주의'의 기본 틀을 그대로 밀고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국내 정치에서 의회권력에 대한 대통령 권한의 우위, 시민사회의 자율성에 대한 국가통제의 우위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정권교체 혁명 바람이 러시아로 번지는 것을 경계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지난달 군 고위지휘관들과 만나 "우리나라에서 (아랍권과) 유사한 일(정권교체 혁명)이 일어나지 않도록 스스로 주권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제 분야에서도 주력산업인 에너지 부문과 정보ㆍ통신, 방위산업 등의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외국자본 진출을 불허하는 한편 대규모 국영기업을 세워 국가 주도의 경제개발을 지속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1 이상을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자원의존형 경제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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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정책에서는 서방권과의 냉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등 서방 주도의 국제질서에 대항해 자국의 이익을 관철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푸틴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가 옛 소련권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과 미국과 함께 유럽에 구축하려는 미사일방어(MD) 시스템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12월 총선 이후 분출된 시민사회의 자유화 및 민주화 요구를 수용하는 차원에서 일정 수준의 개혁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푸틴의 총리 공보실장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향후 푸틴의 통치방향과 관련해 "정치 시스템은 보다 적극적인 정치참여를 원하는 시민사회의 수준을 따라갈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점진적인 정치개혁을 시사했다.

◇성난 민심 달래기 급선무…"임기 못 채울 것" 관측도=전문가들은 지난해 12월 총선 이후 본격화된 국민들의 저항을 달래고 하락하는 푸틴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3기 푸틴 체제의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푸틴 1ㆍ2기 당시 유가급등에 힘입어 쏟아져 들어온 오일머니 덕분에 급성장한 중산층과 엘리트 계층은 한때 열렬한 지지자였으나 지금은 상당수가 등을 돌린 상태다. 러시아의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줄어든데다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부정부패와 관료주의 등에 염증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에 이어 이번 대선에서도 부정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이를 무마하는 작업도 필요해 보인다. 러시아에서는 인터넷과 야당을 중심으로 '회전목마 투표(신분을 속여 중복 투표하는 것)'가 횡행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야권은 이번 선거가 공정하지 못했다며 규탄집회를 열 예정이어서 러시아 정국은 한동안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푸틴은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각종 선심성 공약을 내세운 바 있어 앞으로 퍼주기식 정책을 남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최근 씨티은행은 푸틴이 크렘린궁 복귀를 위해 쏟아낸 선심성 공약을 지키려면 수년간 배럴당 원유가격이 150달러는 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서방 언론들은 그의 당선을 놓고 '푸틴 시대 종말의 시작'일 뿐이라며 평가 절하하고 있다. FT와 이코노미스트지 등은 푸틴이 6년 임기를 채우기도 전에 퇴출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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