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기준금리 파격 인하] 단기 안정 어려워 '인하 기조' 계속될듯

"물가 집착 하기엔 위기감 생각보다 크다" 판단<br>금융 불안 진정·경기하강 막기 고강도 복합처방

답답함인가, 두려움 때문인가.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갖기에 앞서 생각에 잠겨 있다. /이호재기자


뒷북 정책으로 비판을 받아온 한국은행이 이번에는 사상 최대폭의 금리인하라는 충격 요법으로 시장을 놀라게 했다. 한은의 금리인하는 충격요법을 통해 정부의 강력한 시장안정 의지를 보여줘 금융시장의 불안심리를 진정시키는 동시에 돈을 풀어 경기하강을 막고 대출이자를 낮춰 가계 및 중기발(發) 위험을 차단하겠다는 복합처방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국제금융시장 불안과 세계경기 침체로 단기간에 금융시장이 안정화되기 어려워 한은의 금리인하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성태 총재, ‘승부수’ 꺼냈다=이번 금리인하는 여러모로 파격적이다. 한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내린 것은 지난 1998년 콜금리 목표제 도입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금융통화위원회를 임시로 연 것도 뜻밖이었던데다 시장에서는 0.5%포인트 인하도 깜짝 카드로 생각했다. 하지만 한은은 예상을 뒤엎었다. 물가압력 등을 고려해 금리인하에 너무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지적을 일순간에 만회한 것. 이성태 한은 총재는 “물가압력과 외국인의 자본유출, 경상수지 영향 등을 감안해 기준금리 조정에 신중했지만 신용경색 등 상황이 너무 나빠져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내수가 약하고 원자재값이 급속하게 떨어지고 있어서 물가압력은 상당 부분 내려갔고 외자 움직임은 금리보다 국제금융사정에 좌우되고 있다는 것이다. ◇초강력 카드 왜 빼들었나=한은이 오는 11월7일 정례 금통위를 앞두고 서둘러 파격적 금리인하에 나선 것은 금융시장이 패닉 상황에 처한데다 실물경기 침체의 골이 그만큼 깊게 패여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박해식 금융연구원 금융시장연구실장은 “이번 조치는 당국이 시장불안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신호”라며 “공포 심리를 누그러뜨리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특히 3ㆍ4분기 경제성장률이 3%대로 곤두박질친데다 내년에는 2% 전망도 제기되는 시점에서 물가안정에 집착할 경우 ‘교각 살우’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전날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긴급 경제 장관회의에서도 이 대통령을 비롯한 장관들이 실물 경제 침체에 대한 심각한 우려와 함께 한은이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등하는 주택담보대출금리도 금리인하의 요인으로 꼽힌다. 9일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대출금리는 계속 올라 가계와 중소기업의 금융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졌고 이를 방치할 경우 서민경제는 물론 부동산시장까지 붕괴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한은, 금리 인하 기조 이어갈 듯=이 총재는 이날 “금융시장 불안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아무래도 위험이 더 크다는 쪽에 당분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내수가 빨리 둔화되고 있고 수출은 전세계 침체로 계속 잘 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는 내수 위축과 금융시장 불안을 감안해 앞으로도 금리인하 스탠스를 유지해나갈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이 때문에 당장 다음달 7일 금통위에서 한은이 추가 금리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폭은 0.25%포인트 수준이지만 상황에 따라 0.5%포인트 인하도 예상된다. 아울러 한은이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를 3% 수준까지 끌어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확산되고 있다. 신동준 현대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내년 상반기까지 최소 1%포인트가량 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종우 SC제일은행 이코노미스트도 한은이 내년에 금리를 3%초반까지 낮출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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