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지진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학교시설


지난 4월25일 현지 시간 정오께 네팔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했다. 국민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사망자가 8,000명을 넘어섰으며 건물 27만동 이상이 완파되고 약 66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세계의 지진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이 지역에서 규모 8 정도의 지진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고 네팔 정부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1994년에는 내진설계 기준을 제정했고 2006년에는 법으로 시행했다. 국제기구와 미국 연구단체인 지오해저드인터내셔널 같은 비영리 외국 기관들의 도움으로 일부 학교 건물에 내진 보강을 실시하고 교육과 홍보도 확대했다.

네팔 인명피해, 중저층건물서 많이 나


그러나 건설 관행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았고 대규모 피해를 막지 못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부분의 인명피해는 중저층 벽돌 건물 붕괴로 발생했다. 학교 건물도 약 5,000동이나 붕괴했다고 한다. 만약 학생들이 등교하는 평일에 지진이 발생했더라면 엄청난 국가적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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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판경계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네팔 지진 같은 큰 지진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지만 최대 규모 6.8의 지진은 발생 가능하다고 지진학자들은 추정한다. 이 정도 큰 지진이 대도시 근처에서 일어난다면 건물과 사회기반시설에 상당히 심각한 피해가 초래돼 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경제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다행히 2009년 지진재해대책법이 시행되면서 체계적인 지진대책이 수립돼 거의 대부분 시설에 내진설계가 적용됐고 내진보강도 단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국민안전처를 중심으로 대응 시스템을 정비하고 주기적으로 대피훈련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세부 사항에 들어가면 아직 정부가 일부러 외면하는 것처럼 보이는 문제가 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초중고교가 보유한 건물의 63%에 해당하는 4만동은 내진설계 대상이 아니다. 이는 현행 건축법 시행령에서 3층 이상 건물만 내진설계 대상이고 1층과 2층 건물은 제외됐기 때문이다. 지진 대응에 가장 취약한 어린 학생들이 사용하는 시설의 3분의2가 지진 재난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는 것이다. 학교 시설은 재난이 발생하면 대피와 구호 및 수용시설로도 사용되는데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취약한 1, 2층 건물을 배제하고 3층 이상 건물에만 내진설계를 하는 것은 마치 다친 팔은 놓아두고 성한 팔에 부목을 대는 것과 같다.

초·중·고교 건물 층수 무관 내진설계를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건물을 설계하고 건설하더라도 비용이 크게 증가하지는 않는다. 기둥과 보의 연결부를 견고하게 만드는 간단한 조치만 잘 시행하면 즉각적 붕괴는 대부분 방지할 수 있다. 물론 설계와 공사 과정에서 엄격하게 품질을 관리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평소 철저하게 품질관리를 해왔다면 내진설계 때문에 비용이 추가될 이유는 없다.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데 비용이 들어갈 수는 있다. 그러나 계속 답습하면 언젠가는 문제가 될 것이다. 모든 1, 2층 건물로 내진설계를 확대하는 것이 그래도 부담된다면 최소한 초중고교 시설만이라도 층수와 관계없이 전부 내진설계 대상 시설로 지정하는 것이 미래 세대를 보호해야 하는 정부의 시급한 책무이고 또 국가의 올바른 지진대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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