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WTO 사상 첫 국제무역협정 타결] 글로벌 일자리 2,000만개 창출·1조달러 경기부양 기대

농업 보조금 4년 유예 등 3개 합의안 도출 성과<br>관세 감축 등 제외… FTA 추세 막기엔 역부족


12년간 답보 상태를 보여 온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라운드어젠다(DDA) 협상이 일부나마 극적으로 타결된 것은 저개발국(LDC)을 배제한 채 주요20개국(G20) 등을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는 양자 및 지역 간 무역 협상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일부 소외국들의 반발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전세계 인구의 75%, 글로벌 무역액의 49%를 점유하는 저개발국들은 이번 '극적 담판'에서 미국의 반대를 꺾고 신흥국 정부의 농업 보조금을 4년간 유예한다는 합의안을 이끌어내는 등 일부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번 회담 타결로 자유무역협상(FTA)·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양자 및 지역 위주로 재편돼온 기존 무역협정의 추세를 되돌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 및 주요 외신들은 이번 협상이 4년간의 유예 기간을 둔 잠정안에 기초하고 있음을 들어 "발리 타협안은 WTO 협상에 시한을 더 부여하고 최종 결론을 뒤로 미뤘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합의의 최대 성과는 죽어가던 WTO의 위상이 더 이상 약화되는 것을 막고 신뢰도를 일부 회복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DDA, 3개 합의안 도출=WTO의 159개 회원국 각료들은 이번 회담에서 DDA 협상의 '3대 선결과제'였던 무역 원활화, 농업, 개발도상국 이슈 부문에서 합의안을 도출했다.

수입품의 통관 절차 간소화를 보장하고 소요 비용의 투명화를 달성하는 등 비효율적 행정절차(red tape)를 비롯한 각종 비관세 장벽을 추가로 철폐해 자유 무역을 촉진한다는 내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각국의 실질적인 비관세 장벽은 관세 장벽보다 많게는 두 배가량 높다고 평가될 만큼 자유무역 기조를 훼손하는 역할을 해 왔다.


인도 등이 '안보차원의 식량 비축' 등을 이유로 보조금 지급을 지속하겠다며 선진국들에 반발해온 농업 분야에서는 미국 등이 신흥국들의 입장을 수용함에 따라 4년간 신흥국 정부의 보조금을 유예하고 최종안을 이후 결론 내기로 했다. 이밖에 저개발국에 특혜 원산지 규정 등 '4개 우대 패키지'를 제공해 좀 더 쉽게 선진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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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개발국 참여로 전 세계 수출 1조달러 증진=워싱턴 싱크탱크인 피터슨연구소는 선진국 위주로 재편돼 온 무역협상에 신흥국들이 가세함에 따라 전세계 수출액이 1조달러까지 늘어나고 신규 일자리 2,100만개가 확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전세계 교역이 10~15%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 분석했다. 협상 타결로 농산품 등 수입품의 통관 절차가 더욱 빨라지고 개도국의 물류 및 통관작업이 현대화 과정을 밟게 되는 효과도 기대된다. 선진국들은 신흥국의 관세 현대화에 투자해 이익을 창출할 수 있고 신흥국은 무역 증대 효과와 사회간접자본 관련 일자리 창출 외에도 전세계적으로 진행되는 각종 관세 장벽 철폐 기조에 동참할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신흥시장인 LDC 등 저개발국을 '무역 라운드'에서 배제할 경우 선진국들의 경제 회복세에도 지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배후로 작용했다고 평가하고 있따.

◇FTA·TPP 막기에는 역부족=하지만 회원국들의 일부 양보로 합의안이 도출됨에 따라 국제사회가 얻게 되는 과실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이번 협상은 관세·보조금의 추가 감축 등 협상의 핵심 이슈가 사실상 제외된데다 이마저도 잠정안에 해당해 협상의 실질적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WSJ는 "DDA의 원래 목적이었던 관세 철폐 등의 합의는 이제 원칙적으로 물 건너간 셈"이라고 지적했다. FT도 "저개발국에 실질적인 기회를 부여하려면 선진국들에 더욱 까다로운 규정을 용인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전체 회원국 3분의2의 동의를 전제로 발효되고 최종 결론안 도출에는 더 시간이 필요한 만큼 일러야 2015년 이후에나 발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선진국 및 G20 위주로 진행되는 FTA나 TTP 등 각종 무역협정의 흐름을 되돌리기에도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선진국과 신흥국은 물론 개별 국가 사이의 입장 차가 큰 DDA는 처음부터 실현 불가능한 이상적 협상"이라며 "FTA 나 TTP는 물론 각 대륙 및 주요국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기존 무역 장벽 철폐 협상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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