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개수 3일만에 정상가동·세계최고 생산효율… 포스코 재건 의지 활활

■ 포스코 쇄신 1개월… '경영 주춧돌' 포항 2고로 가보니

손기완 포항제철소 1제선공장 부공장장이 제2고로 연료 투입구 앞에서 고로 작동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임진혁기자

2고로 상황실에 있는 권오준 회장의 자필 격려문.

"철강 본원의 경쟁력 키워나가자" 고로 생산성 최적화 작업 구슬땀

3~4개월 걸리는 안정생산단계 한달새 달성하며 신기록 이어가


사용하지 않는 모니터 바로 꺼 전 직원 자발적 비용절감 동참도


24일 찾은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제2고로. 지난 5월 개보수를 마치고 재가동에 들어간 뒤 현재 생산성을 높이는 최적화 작업이 한창이다.

상황실 벽면을 가득 채운 모니터는 △고로 안팎 주요지점 △풍량·풍압·산소 등 각종 지표 △열풍(연료) 구멍 현황 △철광석 등 원료투입 모습 등을 표시했고 7명의 직원은 미세한 변화도 놓치지 않았다. 손기완 부공장장은 "아침마다 전날 생산 결과를 확인한 뒤 원료와 연료 투입 비율과 양·시간 등을 조절하며 가장 좋은 조건을 찾고 있다"며 "하루하루가 전쟁"이라고 말했다. 거대한 고로가 완벽하게 작동하기까지 변수가 워낙 다양한 만큼 정답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고로는 100m 높이의 거대한 원통 모양을 하고 있다. 위로는 철광석과 석탄 등 원료를 넣고 아래로는 뜨거운 바람과 가루탄을 넣어 불태우면 아래로 시뻘건 쇳물이 흘러나온다. 원료 등을 넣는 방법에 따라 출선비(설비 용량 대비 쇳물 생산량), 환원제비(연료사용량), 미분탄비(저가 연료 비중)가 바뀌고 이는 생산량·품질·원가로 직결된다. 고로가 클수록 생산효율도 좋다. 손 부공장장은 "중형급 고로 중에서는 세계 최고 효율"이라며 "연말까지 500만톤급 이상 대형 고로를 능가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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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포항 제2고로는 개보수를 끝내고 5월12일 다시 불을 붙였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당시 화입식에서 "포스코 경영 여건이 어려운 가운데 포항 제2고로가 재창조의 주춧돌이 돼주리라 확신한다"고 기대했다.

제2고로는 1976년 5월 처음 가동해 이번 세 번째 개수를 마치고 네 번째 생명을 얻었다. 포스코는 장기간의 업황 부진과 검찰 수사 등 안팎으로 위기에 몰리자 본업인 철강업에서 돌파구를 찾았고 권 회장은 철강제품의 첫 단계인 쇳물을 만드는 고로 앞에서 재건을 다짐했다.

이후 지난 100여일 동안 제2고로는 본업 경쟁력 강화의 기대에 부응하며 잇단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조업 사흘 만인 15일 하루 5,700톤의 쇳물을 생산해 정상조업도를 달성했고 한 달째에는 6,300톤을 기록하며 안정 단계에 진입했다. 통상 정상조업도 달성까지 일주일, 안정생산까지 3~4개월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안정화 속도다. 포스코는 포항과 광양에서 각각 4곳과 5곳의 고로를 운영하며 이번까지 총 18차례 개보수를 진행했다. 그 노하우와 기술력이 포항 제2고로에서 빛나고 있다.

제2고로가 만든 쇳물은 포항 제1·3제강공장을 거쳐 선재로, 다시 자동차용 타이어코드 등 고부가가치 부품으로 최종 변신한다. 고급 선재의 영업이익률은 두자릿수로 포스코의 일등 효자상품이자 철강 본원 경쟁력의 원천이다.

포스코가 7월15일 고강도 경영쇄신안을 내놓은 지 한 달 넘게 지나면서 현장에서도 윤리경영과 비용절감 등 핵심 가치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포항제철소의 한 직원은 "과거에도 비용 절감 구호는 외쳤지만 이번처럼 피부로 느끼는 것은 처음"이라며 "당장 보지 않는 모니터는 바로 끌 정도로 전 직원이 동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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