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중산층 육성 릴레이 기고] 중산층 절벽 '중산층 경제'로 풀자

공교육·벤처 생태계 강화하고 노동시장 이중 구조화 완화

중산층 진입 사다리 늘려야



중산층 절벽 시대다. 중산층으로 올라가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는 반면 빈곤층으로 추락할 위험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중산층의 절벽은 생활 곳곳에 포진해 있다.

먼저 교육절벽이다. 부잣집에서 태어난 아이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아이보다 사교육비가 일곱 배나 더 많다. 공교육이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에서 족집게 과외를 받은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는 성적이 다를 수밖에 없고 결국 학력과 기회도 달라진다. 대학에 가서도 마찬가지다. 가난한 집 아이는 공부시간을 줄여가며 학비를 벌어야 한다. 학자금 대출로 빚을 떠안은 채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일쑤다. 처음부터 출발선이 다르고 중산층으로 도약할 기회도 사실상 차단돼 있다.


다음으로 일자리절벽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이 너무나 공고하다. 한번 비정규직이 되면 아무리 많은 경험과 실력을 쌓아도 정규직으로 올라서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청년들의 눈이 높아 비정규직과 중소기업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말하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 비정규직의 늪에 빠지느니 3~5년 더 준비해 정규직이나 대기업에 도전하는 게 낫다. 주거절벽과 부채절벽·노후절벽도 빼놓을 수 없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전셋값 때문에 변두리로 밀려나는 전세난민이 속출하고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산 사람들은 원리금 상환 부담에 '하우스푸어'로 추락하고 있다. 빚의 덫에 노출된 중산층도 상당수다. 주택 구입이나 전세자금 마련, 학자금, 병원비, 심지어 생활비 마련을 위해 빚을 내는 중산층이 증가하는 반면 소득이 정체되면서 갚을 능력은 약해지고 있다. 한번 연체에 빠져 추심에 시달리게 되면 삶 자체가 파괴되면서 빈곤층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노후절벽도 심각해 중산층의 상당수는 은퇴 후 빈곤층으로 추락한다.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개인연금이 부족해 최저생계비조차 마련하지 못한다. 65세 이상 고령층의 절반이 저소득 빈곤층이라는 통계는 은퇴한 중산층의 우울한 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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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사다리와 일자리 사다리, 벤처 사다리를 놓아 누구나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는 사회, 노력하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중산층으로 도약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교육과 벤처를 통해 계층 상승이 가능하도록 공교육과 벤처 생태계를 강화하고 노동시장 이중 구조화를 완화해 일자리 상승 사다리를 강화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기업이 더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할 수 있도록 해 가계소득을 늘리는 것도 중산층의 삶의 질 개선에 중요하다.

생애주기별로 생계부담을 줄이는 것도 놓쳐서는 안 된다. 2030세대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임대주택 공급과 생애 최초 주택구입 지원을 확대하고 출산과 보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40~50대를 위해서는 공교육을 강화해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60대 고령층에 대해서는 주거비와 의료비 부담을 줄여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조세·재정정책을 통해 정부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고소득층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둬 빈곤층이 중산층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배려하되 '일하는' 복지가 되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5년 새해 국정연설에서 "얼마 되지 않는 소수에게만 유별나게 좋은 경제를 만들 것이냐, 아니면 노력하는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고 소득을 높이는 경제에 충실할 것이냐"라고 묻고 나서 "답은 확실하다. 중산층 경제다"라고 답했다. 자신이 줄곧 주장하던 기회균등과 '중산층 경제'를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우리도 같은 길을 가야 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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