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수행하던 중 성추문에 휩싸여 중도 귀국하고 전격적으로 경질된 전대미문의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사건 발생 초기단계에서부터 초동대응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참모들 간 책임공방이 불거지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데도 26시간이 소요되는 등 총체적인 난맥상이 불거진 것도 시스템 정비 작업을 서두르는 계기가 됐다.
실제 수행단 가운데 선임인 이남기 홍보수석은 윤창중 전 대변인이 중도 귀국했음에도 박 대통령에게 사건 발생 사실을 하루 늦게 보고했다. 이 같은 ‘늑장 보고’에 더해 국내에 잔류했던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과도 상황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또 자진귀국이냐, 귀국종용이냐를 놓고서는 이 수석과 윤 전 대변인이 볼썽사나운 진실공방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청와대 상사와 부하직원 간 위계질서는 깨지고 말았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 홍보수석실은 얼음판을 걷는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위태위태했다”면서 “이번 윤창중 사건을 계기로 이 같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원조 친박으로 차기 원내대표 후보 중 한 명인 최경환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 대해 “(인사) 검증 시스템을 더 제대로 하고 주변 평가나 다양한 경로를 통해 추천을 받는 등 인재풀을 보다 넓혀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일단 이 수석의 사의 표명을 계기로 홍보수석실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작업에 착수하는 것을 비롯해 내부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위기관리 시스템을 일신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변인의 경질로 그동안 잡음이 많았던 남녀 공동대변인 체제, 홍보수석과 대변인의 상하관계, 대변인과 춘추관 간의 역할 재정립 등에 대한 교통정리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